글 임혜린 작가
아무리 어두운 터널이라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 끝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 하나를 쥐고 꿋꿋이 일어서자.
그 마음이 기적을 가져올 것이다.
내 삶에 통증이란 존재가 찾아온 것은 5년 전 어느 겨울이었다. 어떤 검사에서도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몸 전체에 통증이
산재하고 전신 피로감에 시달리던 나에게 병원에서는 섬유근육통이라는 진단명을 건네주었다. 통증의 원인과 해결법을 알 수 없는 병이라고 했다.
내 통증에 듣는 약이 하나도 없어 나는 그대로 매일매일 홀로 사투를 벌였다.
통증이 지긋지긋해 너무 아파서 엉엉 울기도 했다. 아픈 시간은 너무 느리고 사포처럼 거칠게 지나갔다.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수없이 많았다. 수백 번 수천 번 포기하고 싶었다. 다 그만하고 조용히 평화로워지고 싶었다. 그럼에도
나는 나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아파서 죽는 것은 너무 억울해서, 안아픈 생 한번 살아보고 싶어서. 오직 그 하나만을 위해 버텼다.
수많은 병원과 운동센터를 헤맸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거리를 서성였다. 언제고 포기할 수 있었을 것이다. 몇 개의 병원과
운동센터에서 거절당했을 때 나는 이제 그만하자며 자리에 주저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를 살리고 싶었다. 어떻게든 나에게
아프지 않은 삶을 주고 싶었다.
백방으로 알아본 뒤 나와 같이 운동해 줄 운동 선생님을 찾게 되었다. 그와 함께 재활 운동을 하며 느리지만 몸이 차츰 나아져 갔다.
산책 시간을 조금씩 늘려나갔다. 5분도 걷지 못하던 날들에서 30분을 걷기 시작했다. 아파트 주변만 걷다가 동네 산책을 하게 되었다.
모든 나아짐은 느리고 눈에 띄지 않았다. 시간이 아주 오래걸렸다. 지루하고 조급해지기도 했지만, 그저 터널 끝 희미한 빛을 바라보며 앞을
향해 걷기만 했다. 그러다 보니 끝에 가까워지게 되었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5년이나 흘렀다는 걸 깨달을 때면 나는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그리고 나를 괴롭혔던
통증이 이제는 기억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그것을 잊을 수 있을 만큼 나는 괜찮아졌다.
다시는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통증 이전의 삶으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을 거라고.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나는 결국 이렇게 다시 돌아가고 있다.
마음 하나뿐이다.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기적을 바란 것이 아니라 그저 포기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게 기적을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통증의 시간을 지나며 나는 책을 한 권 완성했다. 쓸 수 있을 때도 쓰고, 쓸 수 없을 때도 썼다. 수많은 통증의
밤과 편두통의 날들에도 무너지지 않고 꿋꿋이 일어나 글을 쓰고 또 쓰길 반복했다. 포기하지 않았기에 이룰 수 있었다.
포기하지 않았기에 오늘에 이를 수 있었다. 누구도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국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기적을 가져올 테니까.
십 삼년간 중·고등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일하고 퇴직했다. 통증 속에서 빚어낸 작은 기적을 담은 일상 에세이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