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더, 웃음 : 에코 트래블

바다에 떠 있는‘지붕 없는 미술관’
고흥 연홍도

Text·Photo.진우석 여행작가

고흥 연홍도는 거금도에 딸린 손바닥만 한 섬이다. 크기는 작지만, 전남의 수많은 섬 중에서 당당하게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됐다. 연홍도는 ‘예술의 섬’이란 주제로 섬 전체를 하나의 미술관으로 꾸몄다. 폐교를 리모델링한 아담한 미술관을 둘러보고, 호젓한 섬 둘레길을 걸으며 연홍도의 가을을 만끽해 보자.

연홍미술관 앞의 조형물. 예술 작품과 바다와 금당도 등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섬 전체를 미술관으로 꾸민 ‘가보고 싶은 섬’

연홍도 가는 길은 섬을 징검다리처럼 밟고 간다. 고흥 녹동항에서 소록대교를 건너 소록도, 다시 소록도에서 금빛으로 빛나는 거금대교를 지나야 거금도 신양선착장에 닿는다. 신양선착장에서 연홍도는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섬나라 미술여행’이라고 쓰인 알록달록한 여객선을 타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연홍도로 가는 맛이 일품이다.

연홍도의 생김새는 중앙에 자리한 연홍마을을 중심으로 양 날개가 뻗어나간 듯하다. 섬 뒤로 금당도의 바위산이 마치 연홍도를 수호하는 장군처럼 우뚝하다. 섬 이름은 넓은 바다에 떠 있는 연(鳶)과 같다 해서 연홍도(鳶洪島)라고 불렀으나, 일제강점기에 거금도와 맥이 이어졌다 하여 ‘연(鳶)’ 자를 이을 ‘연(連)’자로 바꾸었다고 한다. 섬의 지형이 말 형상이라 마도(馬島)라 불렀다는 설도 전해진다.

여객선은 불과 10분도 안 돼 연홍도에 닿았다. 섬에 내리면 방조제 끝에 설치된 소라 모양의 조각품이 인사를 건넨다. 두 개의 소라가 사이좋게 있어 ‘소라부부’라고 불린다. 선착장 길은 마을 골목으로 이어진다. 골목 담벼락에는 정다운 벽화들이 가득하다. 섬 전체가 미술관이란 말이 실감 났다.

과거 큰 인기를 끌었던 프로레슬러 김일의 벽화에서 발걸음이 멈춰진다. 프로레슬링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김일의 고향이 고흥 거금도다. 김일 옆에는 노지심과 백종호 레슬러의 사진도 있다. 두 사람 모두 김일의 제자인데, 백종호 레슬러가 연홍도 출신으로 영화 <반칙왕>의 모델이다. 실제로 낮에는 은행에서 일하고, 밤에는 레슬러로 활동했다고 한다.

고흥 출신 프로레슬러 김일과 제자인 백종호 씨 등이 있는 담벼락

골목길 미술관과 연홍미술관

‘연홍 사진박물관’이란 이름을 단 벽면에는 연홍도 주민들의 사진이 빼곡하게 들어있다. 순박한 섬사람들의 생활 모습이 정겹다. 골목길을 천천히 걸으며 벽화 작품을 감상한다. 작품 소재는 생활폐기물, 조개껍데기, 나무, 돌 등 구하기 쉬운 것들이다. 작품들은 화가들뿐 아니라 주민들도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발걸음은 마을 뒤편으로 이어지고, 언덕에서 시원하게 조망이 열린다. 한쪽으로 부드럽고 웅장한 산을 품은 거금도가 보이고, 반대쪽으로는 가파른 바위산이 우뚝한 금당도가 있다. 금당도는 고흥이 아닌 완도에 속한다. 언덕길은 연홍미술관으로 부드럽게 이어진다.

연홍미술관은 연홍도에서 가장 멋진 장소에 자리 잡았다. 서쪽으로 해안을 끼고 있으며, 건너편 금당도를 바라본다. 미술관은 연홍도 출신인 김정만 화백이 폐교하고 8년 동안 방치된 연홍분교를 정성껏 리모델링해 2006년 개관했다. 지금은 선호남 관장이 관리한다. 전시실에서는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회화작품 150여 점을 전시한다. 작품은 전시실뿐만 아니라 작은 운동장이었던 미술관 정원과 해안에 흩어져 있다.

연홍도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들은 미술앞 앞 해안에 자리한다. 잔잔한 바다에는 은빛 물고기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반쯤 물에 잠겨 있다. 마치 느릿느릿 헤엄치는 것 같다. 물고기 등에 올라타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굴렁쇠 굴리고,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여러 작품은 바다와 건너편 금당도가 어우러진다. 가히 자연과 예술의 조화로 연홍도에서만 볼 수 있는 걸작이다.

연홍도 주민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연홍 사진박물관

섬의 오래된 폐교를 소박한 연홍미술관으로 리모델링했다.

좀바끝과 아르끝 둘레길

연홍도에는 두 개의 둘레길이 있다. 하나는 연홍미술관에서 북쪽으로 이어진 좀바끝 둘레길, 다른 하나는 섬 남쪽의 야산을 한 바퀴 도는 아르끝 둘레길이다. 둘레길에 붙은 이름이 소박하고 예쁘다. 아르끝은 ‘아래의 끝’이란 뜻이고, 좀바는 사납게 생긴 생선인 쏨뱅이의 연홍도 사투리다. 먼저 좀바끝으로 향한다. 연홍도는 하늘에서 보면 섬 생김새가 ‘ㄱ’ 모양이다. ‘ㄱ’자의 맨 왼쪽에 좀바끝이 있다.

길은 소나무가 우거진 호젓한 숲길이다. 부드럽게 이어지다가 언덕으로 올라선다. 언덕에는 2층 해안 전망대가 놓여있다. 전망대에 오르자 연홍미술관 일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건너편의 금당도가 거센 물살을 막아준 덕분에 연홍도 앞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다.

다시 미술관으로 돌아와 섬 남쪽 아르끝으로 향한다. 마을 골목을 벗어나면 후박나무가 가득한 숲길이 이어진다. 길이 험하지 않아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어느 순간 연홍도 최남단 아르끝을 지나쳤다. 길은 연홍마을이 잘 보이는 언덕으로 이어진다. 전망 좋은 벤치는 쉬어가기 좋다. 넓게 열린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가을은 하늘에서 내려온다는 말이 있다. 올여름은 유난히 비가 많이 오고 무더웠다. 그러나 날씨는 절기를 거스를 수 없는 법. 시나브로 높고 청명한 푸른 하늘이 내려오는 중이다. 가을하늘 우러르며 한가롭게 쉬다 보면, 작고 아담한 섬이 주는 평화로움이 마음에 가득 찬다. 다시 마을로 돌아왔다. 이제 떠날 시간이다. 신양선착장에서 출발한 배가 경적을 울리며 연홍도로 들어온다.

미술관 앞 바다에 반쯤 잠겨 유영하는 물고기 작품

아르끝으로 가는 호젓한 후박나무 숲길

연홍도 가이드

연홍도는 섬 전체가 미술관이다. 골목길, 연홍미술관 앞이 예술 작품으로 가득하다. 예술 작품과 섬 풍경이 어우러진 모습이 걸작이다. 두 개의 둘레길은 넉넉하게 2시간쯤 걸린다. 연홍도 관광안내(061-842-0177)

교통

신양선착장에서 연홍도 가는 배가 1일 7~8회 다닌다. 대중교통으로 연홍도에 가려면, 녹동항에서 신양선착장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맛집과 숙소

연홍도는 워낙 작은 섬이라 식당이 없고, 숙소도 마땅찮다. 녹동항을 베이스캠프로 삼는 게 좋다. 녹동항 녹동회타운은 싱싱한 회와 낙지 등을 먹을 수 있다. 뚝배기식당의 해물된장뚝배기가 일품이다. 숙소는 거금아일랜드펜션, 소풍무인텔이 깔끔하다.

연홍도 ECO 체험

연홍마을 소 쟁기질 관찰

연홍도 주민들은 대부분 어업과 농업을 병행한다. 연홍마을 일대의 낮은 구릉지대에 밭이 많다. 주민들은 농기계를 쓰지 않는다. 대신 소를 이용해 밭을 경작해 보리, 콩, 녹두, 양파, 마늘 등을 생산한다고 한다. 운이 좋으면 길에서 소 쟁기질하는 보기 드문 장면을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