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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에 발생한 질병으로 시력을 잃으면서 20대 중반까지 멈춤의 시간이었습니다. 무기력한 삶에 변화를 주기 위해 평소에 관심 있던 것들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중 하나가 풍선 아트였죠. 그로부터 25년 동안 풍선과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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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신체적 특징이 영향을 주었습니다. 공기라는 물질은 시력을 잃은 저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볼 수 없습니다.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공기를 풍선으로 시각화하는 작업을 창작 활동으로 삼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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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배우는 과정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저의 장점이 되더라고요. 대부분 따라 만드는 것에 익숙한데, 저는 상상하고 머릿속에 그려가는 훈련을 자연스럽게 하면서 나만의 창작 스킬을 확립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실제 사물이나 대상을 작품으로 만들 경우, 구체적인 형상을 인지하고 분석하기가 쉽지는 않은데요. 삶의 동반자인 노유미 씨가 저의 눈이 되어 많은 도움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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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에 담긴 공기는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빠지게 됩니다. 공기가 해체되지만 그 본질과 내면은 사라지지 않는 것이지요. 이와 같은 ‘창조와 해체’ 과정을 통해 순환적인 자연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작품을 통해 유한하거나 영구적이라는 관점이 아닌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삶의 가치를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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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국 LA 초대전 때는 작품 속에 관람객들을 ‘참여’시키는 전시를 선보였어요. 전시 기간 내내 관람객들이 풍선을 만지면서 작품과 교감하도록 했죠. 그 덕분에 작품이 시시각각 달라졌지요. 이 전시의 클라이맥스는 엔딩이었습니다. 작품을 해체할 때 ‘팝 세리머니’를 진행했어요. 하나 둘 셋 카운트다운과 함께 동시에 풍선을 터트리기 시작했는데요. 모든 사람이 즐거워했습니다. 어느 관람객이 다가와 제 두 손을 잡고 행복한 시간을 경험하게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더라고요. 그때의 기억과 감정이 인상 깊게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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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서 그동안은 풍선 안 공기의 채움과 비움의 관점에서 시간을 주목했습니다. 앞으로는 우리가 매일 들이마시는 공기가 생명의 근원인 숨이 되는 것처럼, ‘숨’의 관점을 작품에 투영하고자 합니다. 또한 향후 10년에 걸쳐 풍선 조형미술 분야 책을 출판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공기 조각이라는 입지를 탄탄히 다지고 싶습니다. 월트 디즈니가 펜 하나로 디즈니랜드를 만든 것처럼, 저는 풍선으로 고홍석의 풍선 테마파크를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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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충분히 즐기고 계신다면 미래 또한 현재 모습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관점에 따라 나쁜 것이 좋은 것으로, 좋은 것이 나쁜 것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니까요. 풍선은 무언가를 채우냐에 따라 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하늘로 훨훨 날아가기도 합니다. 독자 여러분 모두 높이 높이 날아오르기를 희망합니다. 공기 조각가 고홍석의 창작활동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