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강진우 Photo. Wavve <널 지키겠다는 약속>
예전처럼 변함없이 공연하고, 운동하고, 캠핑하며 일상을 산다.
다만 생활 쓰레기가 생기지 않도록 조금 더 신경 쓰고,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고, 짬날 때마다 재능을 활용해 자연 보전 활동에 힘을 보탤 뿐이다.
윤도현이 다큐멘터리 <널 지키겠다는 약속>을 통해 보여준 환경운동은 무겁거나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볍고 유쾌했으며, 그래서 더 마음에 와닿았다.
윤도현이 수년째 환경운동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YB의 공연장에서는 일회용 용기에 담긴 생수를 팔지 않는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함이다. 팬들에게만 실천을 강요하는 게 아니다.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던 중 도시락 쓰레기가 산처럼 쌓이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은 뒤부터 공연 준비로 한창 바쁠 때에도 도시락을 시키지 않는다. 대신 공연장 인근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정수기를 이용해 텀블러로 물을 떠서 마신다.
환경운동가라고 하면 일상 속에서도 거창한 무언가를 실천할 것 같지만, 윤도현의 일상은 생각보다 평범하다. 교외에서 자전거 타기를 즐기고, 도심 속 생태공원과 뒷산을 다니며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신다. 동물들의 겨울나기에 도움이 될까 싶어 모이를 가득 넣은 새집을 만들어서 걸어 놓는가 하면, 식량과 물을 산 한편에 마련해 놓고 카메라를 설치해 동물들이 오가는 모습이 녹화된 영상을 재미있게 관찰한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캠핑을 떠나되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 콩고기 패티로 저녁을 즐기고, 번개탄 대신 커피박으로 만든 펠릿으로 불을 지핀다.
작년 12월 OTT를 통해 공개된 다큐멘터리 <널 지키겠다는 약속>은 이렇게 윤도현의 활동과 일상을 잔잔하게 담아낸다. 그와 함께 4년째 환경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는 전옥배 PD가 연출을 맡았기 때문일까. 윤도현은 마치 친구에게 얘기하듯 환경에 대한 자신의 소신과 생각을 편안하게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
환경 보호에 대한 윤도현의 결심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됐다. 어릴 적 자연을 느끼며 편안한 휴식을 취하던 일종의 숲속 아지트가 있었는데, 성인이 된 뒤 문득 생각이 나서 그곳에 가 보니 온갖 쓰레기가 쌓여 있는 폐허로 변해 있었더란다. 학창 시절 큰 위로를 안겨줬던 힐링 장소가 무참히 파괴된 모습을 보자마자 그는 결심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환경운동을 실천하겠노라고.
윤도현은 일상 속 실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틈날 때마다 환경 보호와 관련된 일에 힘을 보태왔다. 매향리 바다를 살리기 위해 그곳으로 직접 찾아가 그의 노래 ‘흰수염고래’ 뮤직비디오를 촬영했고, 가수로서의 재능을 살려 해양 환경 보전 캠페인송 ‘지지 않겠다는 약속’을 제작했다. 또한 전국 곳곳에서 쓰레기를 주우며 환경보전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화성 습지 홍보대사를 맡는 등 꽤 많은 활동을 펼쳤다. 그럼에도 윤도현의 환경운동에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환경에 대한 거대한 담론이나 대형 캠페인을 벌이려고 애쓴 것이 아니라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선 안에서 최선의 노력을 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윤도현식 환경운동은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일반인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전한다.
최근 기후변화의 속도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빨라지면서 많은 이들이 환경에 대해 걱정한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환경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서는 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환경운동이라는 말의 무게 자체가 그리 가볍지 않거니와, 무언가 특별한 일을 해야 환경운동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널 지키겠다는 약속>에서 윤도현이 보여준 환경운동은 결코 어렵거나 특별한 무언가가 아니다. 캠핑을 떠날 때 일회용 수저 대신 집에서 쓰는 수저를 가져와 사용하고, 페트병 대신 텀블러로 물을 마시며, 도시락 대신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도심 속 공원과 숲에 관심을 갖고 자주 찾아가는 일. 이 정도만 실천해도 충분히 훌륭한 환경운동임을, 이것이 지금껏 우리를 넉넉하게 품어준 너(지구)를 지키는 약속임을, 윤도현은 담담하지만 무겁지 않은 어조로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