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김주희 Photo.정우철 Video.최의인
이탈리아에서 한국으로, 33년 전 푸른 눈의 김하종 신부는 머나먼 이국땅에 발을 내디뎠다. 경기도 성남 지역 빈민 사목을 시작으로 노숙인과 따뜻한 밥을 나누고, 탈가정 청소년의 상처 입은 마음을 보듬고 있다. 매일 아침 앞치마 끈을 질끈 묶으며 길 위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그의 행보는 오롯이 ‘사랑’으로 수렴된다. 아낌없이 주고 나눠도 닳지 않는 사랑은 ‘사람’을 힘껏 끌어안는다. 온기를 나누며 작은 기적을 만드는 사랑의 힘에 대하여.
Q
A
안나의 집은 ‘길 위에 서 계신’ 분들을 위해 운영되는 사회복지법인입니다. 노숙인과 탈가정 청소년의 사회 복귀와 적응을 돕습니다. 노숙인 급식소를 비롯해 자립 능력 향상을 위한 노숙인 리스타트 자활사업을 운영하는데요. 숙식 제공 및 의료 서비스, 취업 서비스, 법률 상담 등도 함께 진행합니다. 대다수의 노숙인들은 불안정한 청소년기를 보낸 경우가 많아요. 그만큼 청소년기부터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이를 위해 가정에서 위기를 겪고 있거나 가출한 청소년을 위한 쉼터와 셰어하우스 등 6개 기관을 운영하고 있죠. 안나의 집은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길 위에 선 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이어갑니다.
Q
A
대학에서 동양 철학을 전공하면서 김대건 신부님과 대한민국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1990년 5월에 한국 땅을 처음 밟았습니다. 그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비행기에서 내리고 깊이 숨을 내쉰 후, ‘지금부터 이곳이 내 땅이고, 이 민족이 내 민족이다’라고 다짐했습니다. 1992년 성남으로 온 후 지금까지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습니다(웃음).
Q
A
물론 어려운 순간도 많았지만 사람들과 사랑을 주고받았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매일 식사를 하러 오시는 분들, 봉사자와 후원자들을 만나면서 되레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눔은 희생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은데, 실은 ‘행복’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을 선물하고 나면 손은 텅 비게 마련이죠. 두 손이 비어 있기에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습니다.
Q
A
모두 울림을 전해줍니다. 어제는 지팡이를 힘겹게 든 할아버지가 안나의 집 간판을 보더니 안도의 숨을 내쉬더라고요. 멀리서 이곳에 왔는데, 오늘 하루도 무사히 식사를 할 수 있다는 마음이었을까요?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는데 저 또한 뭉클해졌습니다. 설거지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깨끗하게 그릇을 비우는 어르신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애써주시는 봉사자들과 함께하는 일상의 작은 순간들이 참 소중합니다.
Q
A
저는 사랑 덕분에 살고 있습니다. 어느 심리학자가 말했죠. “40일 동안 단식해도 살 수 있지만, 4일 동안 사랑을 느끼지 못하면 죽는다”라고요. 음식보다 사랑이 더욱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저 또한 매일 아침 봉사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마음으로 봉사합시다”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마음이 아니라 ‘동등한 입장에서 사랑하는 자세’로 임합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사랑하기 위해 ‘3a’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어로 accògliere(환영), ascoltare(듣다), amare(사랑)를 의미하죠. 누구에게든 환영의 인사를 건네고 각자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귀 기울여 경청하고,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이 곧 사랑의 실천 방식입니다.
Q
A
우리가 하는 일에 깊이 공감해 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모든 사랑이 관심에서 시작하듯,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보내주는 관심과 응원은 매 순간 든든한 힘이 되어줍니다. 안나의 집은 보조금과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한국지역난방공사의 후원이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일을 더욱 가치 있게 해줍니다.
Q
A
나눔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행복하게 살기 위한 비결은 나눔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을 위해 좋은 일을 하면 결국 나에게도 좋은 일이 찾아옵니다.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엔도르핀, 세로토닌,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기분이 좋아지죠. 사랑을 실천해 보는 건 어떨까요? 가까운 주변을 넘어 타인, 사회를 위해 나눔을 실천하면 내 몸과 마음도 건강해지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Q
A
오후 4시부터 배식하는데, 많은 분이 오전 10시부터 줄지어 기다립니다. 어느 날 이곳에 왔을 때 줄 서는 이가 아무도 없는 것을 꿈꿉니다. 그때가 되면 문을 굳게 잠그고 열쇠를 버리고 싶어요(웃음). 더이상 복지시설이 필요하지 않은 아름다운 사회,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하루빨리 찾아오길 바랍니다. 그때까지 열심히 밥을 지으며 많은 이와 사랑을 주고받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