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 요즈음 : 듣는 서점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기획처 경영개선부 김수현 대리

Text·Voice.김수현 대리 Photo. 정우철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제목부터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는데,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이라니?! 이 책을 소개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개인의 이야기임에도 그 안에는 세상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한두 장 넘기다 보면 재기 넘치는 문장에 어느덧 스며들게 되는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를 소개합니다.

* 듣는 서점은 한난 직원이 직접 책을 읽어주는 코너입니다.
아래 오디오 재생버튼을 클릭하시면 김수현 대리가 읽어주는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젖은 미역의 시절을 보내는 법

한국 사회의 많은 일하는 사람들처럼 저 역시 번아웃으로 짐작되는 시기를 지나온 것 같아요. 짐작이라 말하는 건 그때 나에게 벌어지는 일이 뭔지 당시에는 스스로 잘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경험들은 한창 그 가운데 있을 때는 진행 중이라는 게 보이지 않다가 지나가고 나서야 그 시간이 뭐였는지, 그때 내가 어땠는지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또 다른 언젠가는 한동안 씻는 동안 서 있을 힘이 없어서 욕조 안에 가만히 앉은 채로 샤워를 하곤 했어요. 기운이 더 떨어질 때는 물을 맞으면서 아예 누워버리기도 하고요. 그렇게 젖은 미역같이 널브러져 있다가 정신을 좀 차리고 나면 욕조 밖으로 나와 몸을 닦고 말릴 기력이 조금 생겼습니다. 한두 달 뒤인가, 샤워의 시작부터 끝까지 아무렇지 않게 서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그제야 깨달았죠. 아, 그때 내가 좀 이상했구나. 사람이 아닌 미역이었구나. 고갈된 것이 체력이거나 사회성이거나 집중력이거나 하여간 바닥을 드러낸 채로 꾸역꾸역 계속하고 있었구나. 저 같은 사람들은 멈추는 방법을 몰라서 계속하곤 합니다.
70p 중에서

알프스의 할미꽃 두 뿌리

마대에 든 잔디를 다 꺼내서 덮었을 때, 검은 비닐봉지에 담긴 작은 흙더미가 옆에 남아 있는 걸 발견했어요. 고모부가 아빠 무덤가에 심겠다고 할미꽃 두 뿌리를 파서 가져오신 거였습니다.

“요즘은 할미꽃이 귀해졌는데, 꽃을 피우면 참 예쁘거든.”

이날 새벽부터 돼지고기를 삶고 술과 과일을 챙겨온 엄마가 말했어요.

“느그 고모부는 참 다정하다.”

잔디와 제사가 해야 할 일, 의무의 영역이라면 꽃은 하지 않아도 되는 일, 잉여의 영역입니다. 다정함이란 어쩌면 사람에게 필요 이상의 마음을 쓰는 일이겠지요. 혼비씨가 지하철 앞에 선 사람의 안색을 살피고, 그분이 소리쳐 혼비씨를 깨워주는 풍경처럼 말이죠. 이런 종류의 다정함이 하루에 하나씩 곁에 쌓인다면 저는 천국이나 알프스, 아이비리그를 그리며 살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197p 중에서

BOOK COMMENT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지만, 결국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느껴졌는데요. 작가의 말처럼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 아니라 꺾이지 않는 몸이 아닐까요? 이 책과 함께 더운 여름, 건강하게 보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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