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윤진아 Photo. 정우철
오래된 모래가 새 주인을 만나고, 사이좋은 부녀의 손끝에서 새 모래성이 피어난다. 어릴 적 묻어 두었던 시간을 오랜만에 마주한 바닷가에서 고민성 과장이 새 추억을 새겨넣었다. 계절의 흐름을 믿는 것처럼 여행의 생명력을 믿는다. 하나의 우주와도 같은 바다 안에는 온 힘을 다해 스스로 개화하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
고민성 과장에게 강화도는 추억이 담뿍 서린 장소다. “부모님의 고향이어서 어릴 땐 매년 여기로 명절을 쇠러 왔어요. 최근에는 아이들도 어리고 코로나19 여파로 못 왔는데, 오랜만에 다시 찾은 강화도에서 딸들에게 바다도 보여주고 근처 어시장에 가 물고기도 구경할 계획입니다.”
고민성 과장 가족에게는 하나의 규칙이 있다. ‘다 함께’다. “항상 온 가족이 같이 다니려고 노력합니다. 집 앞 마트에 갈 때도, 첫째 어린이집 등·하원도 가능하면 넷이 다 함께 갔다 와요. 그러다 보니 이서는 아빠랑 둘이 외출하기로 한 날도 당연히 엄마랑 이재도 같이 가는 줄 알고 문 앞에서 마냥 기다리곤 하죠.”
볕이 좋은 날이든 구름이 좋은 날이든, 언제 떠나도 좋고 함께할수록 힘이 나는 가족여행은 늘 ‘지금’이 적기다. 인천 강화군 화도면에 위치한 키즈펜션은 요즘 한창 소꿉장난에 푹 빠진 이서를 위한 최적의 숙소였다. 주방놀이 장난감을 비롯해 유아 전용 소독기, 식기류, 목욕용품이 완비돼 있어 아이와 부모 모두를 만족시켰다. 온수가 가득 채워진 전용 스파 시설도 생각보다 크고 깊어 이서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호기심 많고 개구쟁이인 이서는 소문난 ‘아빠 바라기’다. 최근 킥보드 타는 법을 스스로 터득해 아빠를 감동시키고, 말이 부쩍 늘어 자기 생각을 똑 부러지게 표현하곤 한다. 여행 중 좋았던 곳이 있으면 꼭 “아빠, 여기 재미있어. 또 오자!”는 말로 고민성 과장의 여행 의욕을 북돋운다고. 이서와 두 살 터울인 이재는 올해 세상에 나온 사랑둥이! 잘 웃고 잘 자는 최고의 효도로 매일 부모를 웃게 하는 이재는 얼마 전 뒤집기 성공에 이어 이유식도 시작했다. 평균 이상의 체중을 자랑하며 쑥쑥 성장 중인 막내는 이번 여행에서도 방실방실 웃으며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숙소에서 나와 길만 건너면 바로 동막해수욕장이다. 마침 썰물 때라 끝없이 펼쳐진 갯벌에 이서가 주저 없이 앉아 모래놀이 도구를 펼쳐놓았다. 썰물 때면 무려 1,800만 평 규모, 직선거리 4km의 갯벌이 펼쳐지는 동막해수욕장은 세계 4대 갯벌 중 하나다. 광활한 갯벌 위로 부유하는 바닷바람에서 유년시절 맡았던 익숙한 냄새가 나는 듯하다.
아까부터 주위를 맴도는 갈매기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이서가 “안녕?”, “안녕~” 자꾸만 배꼽인사를 건네는 덕에 또 한 차례 웃음꽃이 퍼졌다. 두려움 반 호기심 반, 가까이 다가가기를 주저하던 아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바닷새의 선한 눈망울에 매료된 눈치다. 난생처음 보는 모든 생명들에 푹 빠진 딸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아내 이유리 씨도 연신 싱글벙글이다. “아내와는 이전 직장에서 만나 6년 연애 끝인 2020년에 결혼했어요. 한난 입사 후 제가 용기 내어 고백하면서 새로운 인연을 이어갔죠. 특별히 뭔가를 하지 않아도 함께하는 시간이 늘 재미있는 사람이에요. 두 딸 육아로 고생하는 아내에게 이번 여행이 비타민 같은 충전재가 되어줬으면 좋겠네요.”
한 뼘 모래성을 사이에 두고 가족의 이야기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이서가 모래성을 쌓으며 하루치 행복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세월은 흘러가는 게 아니라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이다. 걸음마를 떼고 킥보드도 탈 줄 알게 된 아이가 아장아장 자신만의 속도로 걸어나간 시간이 또 이렇게 쌓인다.
“이서야! 저기 줄 맞춰 움직이는 게 뭐지?”
멀리 까만 점들이 보여 다가가 보니 작은 게들이 나란히 옆으로 걷고 있다. 행여나 밟지 않도록 조심조심 까치발을 들고 걷는 부녀의 모습을 아내 이유리 씨가 열심히 카메라에 담는다. 썰물로 모습을 드러낸 갯벌의 흙을 떠내니 구멍 속에서 바닷물이 뽀글뽀글 올라온다. 숨죽여 기다리자 반짝이는 조개껍데기 사이로 작은 조개가 쏙 얼굴을 내밀었다.
물 만난 고기처럼 신난 이서는 온종일 아빠가 어린 시절 그랬듯 키를 훌쩍 넘는 갯바위 위로, 철썩이며 밀려드는 파도 앞으로 마냥 신이 나서 뛰어들었다. 늘 새롭고 재미난 것들을 찾아 나서는 딸 곁에서 고민성 과장도 분주하다. 별것도 아닌 일에도 숨이 넘어가도록 웃는 아이를 바라보며 불현듯 꽉 찬 행복이 느껴진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도닥이며 걷는 길. 한여름, 모래로 축배를 들던 시간이 저물어가는 동안 고민성 과장의 얼굴에 담기는 웃음은 점점 더 무르익어 갔다.
©인천관광공사
강화도 서쪽 끝자락에 있는 교동도에는 6.25 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몰려들며 조성된 교동대룡리시장이 있다. 이발관, 미장원, 전파사 등 옛 생활상이 잔뜩 남아 있어 레트로 여행에 제격이다. 호떡과 다방 쌍화차부터 크리스피 감자칩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8월 말부터는 드넓은 해바라기밭이 장관을 이룬다.
주소 인천 강화군 교동면 고동남로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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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사는 토끼가 옥방아 찧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 ‘옥토끼우주센터’다. NASA의 아폴로 프로젝트에 사용됐던 가위, 우주인 무중력 헤드셋 등은 오직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전시품! ‘코스모프호’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과 달 착륙선을 관람할 수도 있고, 실제 우주에서 로켓을 타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 중력 저항을 체험해볼 수도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주소 인천 강화군 불은면 강화동로 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