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Photo.진우석 여행작가
통영은 바다로 열려 있다. 44개 유인도와 526개 무인도를 품었다. 그중 여행 떠나기 좋은 섬이 연대도다. 연대도는 육지에서 가깝고,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 만든 ‘연대도 지겟길’이 나 있어 걷기도 좋다. 태양광발전소를 세워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며 오순도순 소박하게 사는 주민들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통영은 바다로 열려 있다. 연대도는 여러 섬과 바다가 어우러져 통영 특유의 잔잔하면서 서정적인 풍경을 완성한다.
연대도는 달아항에서 배가 다니지만, 연명항에서 만지도로 들어가는 게 좋다. 배편이 많아 편리하고, 만지도와 연대도가 출렁다리로 이어진다. 출렁다리 앞에서 바라보는 연대도 풍광이
일품이고, 다리를 건너서 섬으로 들어가는 맛이 일품이다.
연명항에서 작은 여객선을 탄다. 배 안으로 들어가려면 나무 미닫이문을 열어야 한다. 꼭 집에 들어가는 기분이다. 실내는 아담하다. 조타실이 따로 없기에 키를 잡은 선장님의 뒤태와
창밖의 바다를 번갈아 본다. 만지도까지 불과 15분. 시나브로 출렁다리가 보이면 다 왔다는 뜻이다.
만지항에서 출렁다리 이정표를 따르면, 해변의 데크길이 이어진다. 풍란이 사는 절벽 아래로 호젓하게 이어진 데크길이 끝나면, 두둥~ 빨간색의 출렁다리가 나타난다. 길이 98m, 폭
2m의 현수교다. 출렁다리 왼쪽으로 원뿔처럼 생긴 연대봉 품에 폭 파묻힌 마을의 모습이 정겹다. 연대봉 꼭대기 위로 큰 새들이 빙빙 날고 있다. 나중에 마을 주민에게 물어보니,
겨울철이면 찾아오는 독수리라고 한다. 아마도 먹이를 찾아왔을 텐데, 연대도에서 무엇을 먹는지 궁금하다. 인간이 모르는 섬의 풍요로움을 독수리는 알겠지.
출렁다리 위에 서면 바람이 세차게 불고,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다리 중간에서 내려다본 바다는 짙은 에메랄드빛으로 빛난다. 연대도 마을 앞으로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가 반짝이고,
뒤로 220m 높이의 연대봉이 든든하게 품어 준다. 조선시대 삼도수군 통제영에서 연대봉 꼭대기에 봉화와 연기를 피우던 연대를 설치했다. 연대도란 이름은 여기서 유래했다. 연대도의
봉화와 연기는 내륙의 연대를 거쳐 신속하게 통제영에 보고됐다.
마을로 들어서자 마을회관과 경로당이 보인다. 경로당 이름이 ‘구들’이다. 뜨끈한 아랫목에 누워 등을 지지는 어른들이 떠오른다. 벽화가 그려진 골목길을 따른다. 대문 옆의 문패가
재미있다. ‘점빵집으로 불렸어요, 김재기 할머니댁’, ‘연대도 유일한 담배집’, ‘산양 읍내에서 가장 낚시를 잘하는 어부네 집’ 등. 마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안녕하세요. 마을이 예쁘네요.” 골목길에서 만난 아주머니에게 말을 붙여본다. “예쁘고 편안한 섬이에요. 구경 잘하고 가세요”라며 다정한 말이 건너온다. 골목 끝에 제법 널찍한
몽돌해변이 숨어 있다. 여름철에는 해수욕장으로 이용된다. 해변 오른쪽으로 우뚝한 기암들이 버티고 있다. 기암은 풍광도 좋지만, 마을에 닥치는 바람과 파도를 막아주는 소중한 존재다.
연대도의 자랑인 몽돌해변
출렁다리 앞에서 본 연대도. 연대봉 품에 자리한 마을이 보인다. 하늘에는 겨울철이면 찾아오는 독수리들이 떠 있다.
아기자기한 마을 골목길. 골목 끝에 바다가 보인다.
몽돌해변에서 골목길을 따라 연대도 지겟길을 걷는다. 나무하러 지게 지고 다니던 길이라 해서 ‘지겟길’이라 부른다. 지겟길은 산허리를 한 바퀴 도는데, 거리는 2.3㎞로 1시간
30분쯤 걸린다. 초입에 아담한 태양광발전소가 있다. 거대한 태양광 패널로 에너지를 모아 마을에 전기를 공급한다. 크고 작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집들도 많다. 덕분에 전기가 귀한
섬이 에너지 자립을 이뤘다.
그윽한 대숲을 지나면 만나는 갈림길에서 길 찾기에 주의해야 한다. 데크를 따라 이어진 계단길은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다. 정상은 연대 흔적이 남아 있지만, 잡목이 뒤덮여 조망이
열리지 않는다. 갈림길에서 오른쪽 산허리를 도는 길이 지겟길이다. 길은 온순하다. 울창한 대숲, 전망대 등이 번갈아 나온다. 지겟길은 곡선의 미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구불구불
따르는 자연스러운 흐름에 몸을 맡긴다. 걷는 게 상쾌하고 군데군데 나타나는 전망대는 눈을 시원하게 한다.
북바위전망대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쉰다. 안내판에 나온 연화도, 우도, 욕지도, 두미도 등을 찾아본다. 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욕지도가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다. 작은 고개를
넘으면 조망이 시원하게 열린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학림도 뒤로 통영의 노을 명소인 달아전망대가 보이고, 케이블카가 다니는 미륵산이 우뚝 서 있다. 선물처럼 나타난 마지막
조망을 감상하고 슬슬 내려오면 에코체험센터가 나온다.
이곳은 폐교 건물을 리모델링한 숙소다. 화석 연료를 쓰지 않고 태양광과 지열만을 이용해 냉난방을 해결했다. 숙소, 캠핑장, 카라반 시설 등을 두루 갖췄다. 다시 마을로 돌아와
몽돌해변에서 노을을 감상한다. 두 개의 기암 사이로 노을이 졌다. “배가 다 떠났는데요.” 산책하던 노부부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주민들의 따뜻함이 느껴진다. “네, 자고
가려고요.” 대답하고 숙소에 들었다. 창문으로 마을과 바다가 잘 보였다. 관광객이 사라진 연대도의 밤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했다. 달빛 부서지는 바다는 파도가 거의 없다. 어떻게
섬의 바다가 이렇게 잔잔할 수 있을까. 연대도 마을은 지형적으로 천혜의 자리를 꿰찼다. 동쪽으로 연대봉이 버티고, 남쪽으로는 기암들이 파도를 막아준다. 북쪽으로는 학림도, 저도,
송도 등이 떠 있다. 그래서 마을 앞 바다는 호수 같다. 파도의 영향이 없어 전복 양식장으로 제격이다.
다음 날 일찍 숙소를 나섰다. 출렁다리를 건너자 섬 뒤로 해가 떠오른다. 섬이 붉은 후광을 두르고 빛난다. 시나브로 빛이 쏟아지는 바다는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인다. 연대도의 밝고
따뜻함을 품고 섬을 떠난다.
연대도 지겟길. 호젓한 오솔길을 걷는 맛이 좋다.
몽돌해변 옆 두 개의 기암 사이로 해가 진다.
마을 구경, 지겟길 걷기, 연대봉 정상 다녀오기 등 여러 형태로 섬을 즐길 수 있다. 아기자기한 마을과 호수처럼 잔잔한 에메랄드빛 바다가 평화를 선물한다.
연명항에서 만지도행 배를 탄다. 연명항 첫 배는 오전 8시 30분, 10시부터 16시까지는 매시 정각에 있다. 여름철에 운행이 늘어난다. 만지항에서 걸어서
출렁다리를 건너 연대도까지 10분쯤 걸린다.
문의 : 055-643-3433
인원이 많으면 에코체험센터(055-646-2582)가 좋다. 가족이나 연인은 펜션이나 민박을 이용한다. 달맞이펜션(010-9388-5932)은 바다 조망이 좋다.
싱싱한 횟감과 연대도 앞바다에서 양식하는 전복을 이용한 전복해물회 등을 맛볼 수 있다. 에코파크횟집(010-3596-4848), 외갓집밥상(010-4789-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