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더, 웃음 : 반가운 만남

그레이트 리세션이 온다
비머네스크가 필요하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Text. 박영화 Photo.정우철 Video.김지혜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무역수지적자, 소비침체, 가계부채 급증, 주가하락…. 어느 것 하나 좋아 보이지 않는 험난한 경제의 연속. 경제전망 관련 기사를 볼 때마다 착잡함이 밀려온다. ‘경제는 무겁고, 마음은 허탈하다.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의 발걸음도, 반찬거리를 구하는 주부의 마음도, 내 집을 구하는 세입자의 한숨도, 사업기회를 구하는 기업의 고민도 모두 무겁기만 하다’는 <그레이트 리세션 2023 경제전망>의 프롤로그가 이런 답답한 마음에 위로를 건네는 것 같다. 계속 낙담만 하고 있을 수 없지 않은가. 경제의 흐름을 제대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아이고’라는 한숨 대신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생각하며.

* 비머네스크 : 올림픽에서 가장 오랫동안 깨지지 않는 기록을 지닌 비먼의 성을 딴 말로, 운동선수가 상상을 초월한 위대한 업적을 이뤘다는 뜻이다.

Q

매년 경제전망서를 내고 계신데요. 2023년 경제를 한마디로 표현해 주세요.

A

2023년 경제전망서의 제목이기도 한데요. ‘그레이트 리세션’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022년 한 해도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무역수지 적자, 경상수지 적자… 좋은 뉴스가 없었죠. 우리 경제를 짓누르는 여러 가지 변수들이 괴롭혔는데, 안타깝게도 2022년보다 2023년 경제가 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2022년 경기둔화 국면을 지나고, 2023년에 본격적인 경기침체 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고, 이 경기침체는 단시일 내에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L자형 침체에 가깝게 경기침체 초입에 진입한다는 관점에서 2023년을 ‘그레이트 리세션’이라고 표현했습니다.

Q

<그레이트 리세션 2023년 경제전망>의 프롤로그가 인상적입니다. 어떤 마음으로 작성하셨나요?

A

프롤로그를 쓸 때는 항상 전체 결론까지 마무리해놓고, 감동적으로 쓰려고 합니다. 특히 이번 프롤로그는 결론을 마무리한 상태에서 비행기에서 썼거든요. 그때 프롤로그를 쓰면서 정말 펑펑 울었습니다. 저도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어려운 거시경제 국면에서 소위 한분 한분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본 거죠. 밖에 비가 오는데 비가 오는지 모르고 나가는 사람들이 비를 맞는 거거든요. 비가 올 줄 알면 우산을 쓰고 나가면 되잖아요. 비가 오는지 여부는 내가 결정할 수 없고 그 상황에 걸맞은 준비는 내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산을 준비한 사람은 괜찮거든요. 그런 관점에서 여러분들이 2022~23년 그 국면을 제대로 이해하고, 국면에 걸맞게 어떤 준비를 해볼까 하는 생각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프롤로그를 써봤습니다.

Q

2023년을 ‘내핍의 시대다’라고 하셨는데요. 어떤 의미가 담겼을까요?

A

2023년 경제는 ‘내핍점(Point of Austerity)’에 해당합니다. 내핍은 물자가 없는 것을 참고 견딤을 뜻하는데요. 궁핍과도 유사한 표현이지만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궁핍은 몹시 가난한 상황을 말하고, 내핍은 가난한 상황을 인내하는 모습을 의미하죠. 2023년 경제가 녹록지 않을 것이고, 경제 주체는 그 어려운 경제를 인내해야 합니다.

2023년은 리세션의 시대다.
“산 넘으면 또 산이고, 겨울 지나면 또 겨울이다.
땅 파면 금이 나올 줄 알았는데,
땅을 파도 여전히 땅속이다.”
2021년 이탈점과 2022년 회귀점을 지나
‘참고 견디며’ 버텨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Q

<따뜻:한난> 1+2월호 주제가 ‘바라고 다짐하는 것’입니다. 내핍의 시대에 소비자들은 무엇을 바라고, 다짐해야 할까요?

A

지독하게 경제가 어려워지는 해이니만큼 어떻게 자산을 관리하고, 내 자산을 지킬 수 있는지 숙고해야 합니다. “변화에 투자하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향후 경제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그 변화를 들여다보는 것에 투자해야 합니다. 경제는 나와 관련 없는 것이 아니라 나는 경제의 일부이며, 주체인 것입니다. 결국 미국 발 기준금리 인상은 나의 호주머니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죠. 항상 나의 내일을 보고 준비해야 합니다.

Q

구체적으로 2023년 자산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2023년은 아마도 여러분이 살아가실 평생 가장 높은 금리 시대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높아진 금리에 대응한다는 것은 첫 번째, ‘빚을 최대한 갚아나가자’, ‘갖고 있는 빚의 규모를 줄여나가자’입니다. 빚져서 뭔가를 하려고 하기보다는 뭔가를 하지 말고 빚을 갚는 게 더 유리해지는 2023년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빚 갚는 것과 동시에 우리가 해야 할 것이 소득이나 잉여 자산을 어떤 형태로 보유하고 있을까에 대한 고민입니다. 주식의 형태, 부동산 혹은 저축의 형태, 채권의 형태… 뭐든지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형태로 갖고 있을지의 문제인데 2023년은 상대적으로 현금의 형태로 갖고 있는 것이 매우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높은 금리에는 결과적으로 저축 수익률이 높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2022년 전망서를 낼 때도 이 말씀을 드렸었는데, 2023년에도 더 강하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고요.

Q

유튜브 경제 읽어주는 남자(김광석TV) 채널로도 많은 독자들과 만나고 계신데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얻는 즐거움은 무엇인가요?

A

2021년 1월에 개설했으니까, 운영한 지 2년 됐네요. 경제전망, 경제동향, 경제트렌드, 산업동향 등을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많은 분과 공유하고 있는데요. 가장 큰 매력이 빠르게 전망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경제 정보를 빠르게 전달드리고 싶다는 마음에서 유튜브를 시작한 건데 많은 분이 좋은 반응을 보내주셔서 놀랍기도 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유튜브 채널 경제 읽어주는 남자(김광석TV)

Q

구독자 10만 명이 달성되면 수입금을 난치병 아이들이나 사회적 약자를 위해 쓰고 싶다고 공약하셨는데요. 이런 생각을 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A

현재 구독자가 5만 명을 넘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많이 사랑해 주셔서 신입사원 월급 정도의 수입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다시 사회에 돌려드리고 싶었어요. 아직 정산을 한 번도 안 받았는데요. 10만 명 달성되는 날 전액 일괄 정산 받아서 기부하는 게 제 유튜브 10만 명 달성 공약입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경제 정보도 드리고, 구독자 10만 명을 달성해서 좋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한국지역난방공사 <따뜻:한난>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비머네스크(Beamonesque)’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어떤 악조건에서도 놀라운 성과를 거둘 수 있음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멀리뛰기에서 밥 비먼 선수가 계측기의 측정 한계를 넘어선 착지를 하며, 세계 신기록을 경신했고, 그 후 23년 동안 깨지지 않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긴 것에서 비롯되었어요. 당시 비먼 선수는 결선 점프를 앞두고 동료 랄프 보스턴이 건넨 말을 듣고 대단한 기록을 냈던 것입니다. “지금 너의 다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강인해. 지금 이 순간 네 몸은 깃털처럼 가벼워. 네 마음엔 날개가 달려 있어. 그것을 사용해서 힘껏 날아오르라고!” 이 말처럼 혹독한 경제 상황이지만 ‘나는 무엇을 준비할까’, ‘나는 어떤 대응을 해볼까’라는 고민을 하시면서 2023년 비머네스크를 만드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