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남자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하모니
- 크로스오버 보컬그룹 ‘포르테 디 콰트로’
포르테 디 콰트로는 JTBC 오디션 경연프로그램 <팬텀싱어>의
초대 우승을 거머쥐며 국내 클래식 크로스오버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 사람의 목소리가 얼마나 신비로운지, 결이 다른 목소리가
만나 만들어내는 하모니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여실히 증명해낸
네 남자. 포르테 디 콰트로를 만났다.
Q. 한난 독자들에게 자기소개와 함께 인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팬텀싱어> 시즌 1에서 우승한 남성 4중창 팀 포르테 디 콰트로입니다.
3년 반 동안 4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다양한 색깔의 음악을 선보여 왔습니다. 포르테 디 콰트로는 사실 결승전 무대를 앞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정한 이름이었는데, 덜컥 우승하면서 우리의 팀명이 되어버렸지 뭐예요. 조금 어렵지만 기억해주세요. 저희는 클래시컬한 색채를 담은 크로스오버 음악을 베이스로 새롭고 다채로운 하모니를 만들어가는 포르테 디 콰트로입니다.
Q. 앞서 언급했듯 포르테 디 콰트로(이하 포디콰)를 얘기할 때 <팬텀싱어>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팬텀싱어>는 멤버 개개인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이벼리 도전이었고 기회였죠. 이전에는 벌이가 없어서 겨울에도 옥탑방에서 텐트를 치고 살았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옥탑방 생활을 탈출했어요.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니 음악에 더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동시에 원하는 음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음악만 할 수는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되고요. <팬텀싱어>를 통해 음악과 인생의 무대가 모두 넓어졌어요. 배우고 성장해가는 중입니다.
손태진 다양한 장르와 새로운 음악을 접할 수 있는 포문을 열어줬어요. 4중창의 매력을 대중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 더 다양한 무대에 설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준 프로그램이죠. 무엇보다 저음 파트의 필요성과 매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개인적으로 기뻤어요. 4중창 안에서 베이스로도 충분히 매력을 발휘하며 더 다양한 음악을 해나갈 수 있다는 확신도 갖게 됐고요.
김현수 성악을 전공했지만 마음 한 편에는 크로스오버 음악에 관한 관심과 동경이 늘 자리하고 있었어요. 크로스오버 음악을 꾸준히 시도해왔지만, 좋다는 이유로만 계속해나가기에는 한계가 있었죠.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았으니까요. 항상 작은 무대에서 적은 관객을 대상으로 공연을 했지만, 그 안에서 관객과 진하게 소통하는 경험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이 음악으로 분명 ‘감동’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는데, 팬텀싱어를 통해 그 확신을 인정받은 느낌이에요. 무대가 생겼고, 함께 노래할 동료가 생겼고, 우리 음악을 응원해주는 팬들이 생겼죠.
고훈정 당시 뮤지컬에 출연 중이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예전에 <나는 가수다> 녹화장에 갔다가 밴드의 연주를 보고 감탄했었는데, 그 밴드가 팬텀싱어에 함께 한다는 거예요. ‘내가 동경하던 뮤지션의 연주에 맞춰 노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가슴이 뛰더라고요. 그래서 결정했어요. 정작 방송이 시작되고부터는 뮤지컬 공연과 경연을 함께 치르느라 공연에 100% ‘올인’할 수 없어 아쉬웠지만요. ‘좋은 사람들과 음악을 통해 소통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시작한 무모한 도전이었고, 멋진 동료들을 만나 결국 무한한 가능성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
Q. 각자의 음악을 해오던 4명이 ‘포디콰’라는 이름 아래서 하모니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포디콰’ 이전과 이후 달라진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더 완성된 음악을 하게 됐다는 것? 각자의 음색, 음역에 맞는 역할에 충실하면 되니까요. 내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하고, 내가 부족한 부분은 또 다른 멤버가 채워주는 거죠. 그리고 사실 고음만 이어지는 무대, 저음으로만 채워진 무대는 재미없잖아요.
Q. 함께 오른 무대가 참 많을 텐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가 있다면 언제인가요?
1집 전국 투어 수원 첫 공연입니다. 1집 발매 1주일 전 열린 포디콰의 첫 콘서트였는데, 대기실에서 서로 “오늘 공연할 수 있을까? 안 될 거 같은데…”라는 얘기를 할 정도였어요. 노래도 노래지만, 단독 콘서트가 처음인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넷이서 공연을 이끌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죠. 최종 리허설도 불안했고요. 실제 공연도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관객들과 호흡하면서 무대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느낀 시간이었어요.
Q. 작년 11월에 정규 3집 앨범 <아르모니아>가 발매됐는데요.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온 만큼, 3집 앨범에는 어떤 색깔의 음악이 담겨있는지 궁금합니다. 이탈리아어로 화음, 조화를 뜻하는 앨범 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3집 ‘아르모니아’는 포디콰의 장점인 4중창의 힘을 섬세한 하모니와 깊은 음악성에 녹여낸 앨범입니다. 이전 앨범들이 풀 편성 오케스트라 악기를 사용했다면 이번 3집에서는 우리 네 명의 목소리를 오롯이 담아보자는 데에 모두가 공감했어요. 전자악기를 최대한 배제하고 서로의 목소리가 이루는 하모니에 집중하기로 한 거죠. 소리에 집중하고 음악을 좀 더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었던 의미 있고 재미있는 작업이었어요. 들으시는 분들도 저희 4명의 목소리와 악기가 어우러져 만든 하모니에 귀 기울여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4중창, 클래식 크로스오버라는 장르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도 선례도 거의 없었기에 음악의 방향을 정하거나 새로운 시도를 할 때마다 고민이 많았어요. 물론 우리의 시작이 <팬텀싱어>이고, 그 무대를 통해 포디콰를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는 만큼 클래식, 4중창이라는 바탕은 잊지 않으려고 해요. 그 위에서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포디콰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여전히 모호하고 불확실한 것투성이지만, 언젠가 뒤돌아보면 우리가 만들어온 음악이 또 하나의 개성넘치는 장르가 되어 있기를 바라면서요.
이렇게 지면으로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코로나19로 무대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랜선 콘서트’나 ‘유튜브 라이브 공연’을 통해 코로나19로 힘든 분들에게 작지만 힘과 용기를 드리려고 했고, 저희 음악으로 큰 위로를 받았다는 분들을 보면서 더 감사하게 되더라고요. 평소에도 우리 노래를 듣고 아픈 몸과 마음이 많이 회복됐다는 편지, 마취가 불가능한 수술을 받을 때 우리 노래를 틀어달라고 부탁했고 덕분에 수술을 잘 받았다며 감사하다는 메시지, 포디콰를 통해 젊은 시절의 열정과 에너지를 다시 찾게 됐다는 할머님 팬… 이런 마음을 접할 때마다 놀랍고, 뭉클하고, 감사하고, 책임감도 느끼게 됩니다. 계속해서 누군가에게 위로와 행복을 줄 수 있는 좋은 음악,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가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고훈정 < Notte Di Luce > 박윤후 기타리스트가 연주에 참여해주셨는데, 멤버들의 목소리로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물론 현악기의 앙상블도 정말 아름다운 곡입니다. 1분 정도 되는 간주를 통해서 멋진 연주를 감상하실 수 있으니 주의 깊게 들어주세요.
김현수 < Comfort > 추천 이유는 제가 작사를 한 곡이라서?(웃음) 코로나19로 평범한 일상이 정지된 지금 들으면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의 힘듦도 곧 지나갈 거라고 토닥토닥 다독이는 곡인 만큼, 듣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손태진 < Oltre la tempesta > ‘여기 이곳, 폭풍은 지나갈 거예요. 폭풍을 넘어서 우리는 다시 그곳으로 갈 거예요’라는 가사가 지금 제가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인 것 같아요. 곡 자체로도 정말 아름다운 노래고요. 사실 매일 ‘최애곡’이 바뀔 만큼 멋진 곡이 담겨있으니, 1번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감상해주세요.
이벼리 < Lacrimosa > 모차르트라는 세계적인 작곡가의 미완성곡을 4명이 새롭게 만들어봤다는 것 자체로 포디콰에게 의미 있는 도전이었어요. 4명의 목소리만으로 대 합창곡의 웅장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그 노력이 멋진 결과물로 완성된 노래입니다.
글 박향아, 사진 이지수, 아트앤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