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그릇 만들기 체험
집콕, 방콕하느라 문화생활은커녕 마음 편하게 만나기도 어려운 시기. 입사 동기로 만나 평생을 함께하고픈 든든한 동지가 된 두 사람이 모처럼 뭉쳤다. 정성스레 흙을 빚고 알록달록 색을 더하며 보낸 행복한 시간. 두 사람의 마음에 또 하나의 예쁜 추억이 저장됐다.
우리는 아주 특별한 입사 동기입니다
인연이라는 게 참 신기하다. 시작은 한국지역난방공사 면접 대기실에서의 떨림과 함께였다. 대기실에서 “우리 둘 다 합격해서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나눌 때만 해도 정말 그런 날이 올 줄은 몰랐다. 합격 발표 후 건강검진을 하면서 다시 만났을 때, 두 사람 모두 직감적으로 알게 됐다. ‘우린 우연이 아닌 인연이구나.’ 그렇게 동갑내기 두 사람은 입사 동기를 넘어 사회초년생의 고민을 나누고 서로의 일상을 채워주는 ‘절친’이 됐다. 오늘 ‘도예 체험’을 함께하기로 한 강지현, 권소현 주임의 얘기다.
한 공간에서 같이 보낸 시간은 신입사원 연수 때가 전부. 이후 7년 동안 각자 다른 지사에서 근무하면서도 두 사람의 관계는 더욱더 끈끈해졌다. 2014년 12월 한난의 신입사원이 되고 어느덧 7년 차 직장인이 되기까지,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함께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신입사원 시절, 누구보다 많은 응원과 격려를 해준 사람이 권소현 주임이었어요. 업무 중 실수했을 때는 ‘나도 그런 적 있다’며 위로해주고, 슬쩍 힘든 점을 얘기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열심히 노력해서 같이 성장하자’며 서로를 격려하고… 참 든든한 동기이자 고마운 친구죠.”
우리 도자기 한 번 빚어볼까?
서로가 있어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웠던 시기를 잘 넘길 수 있었다는 두 사람. 이들의 끈끈한 관계는 회사 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대전이 고향인 강지현 주임과 광주가 고향인 권소현 주임은 입사 후 1년 동안은 주말마다 함께했다. 맛집을 찾아가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고, 서울의 ‘핫 플레이스’도 열심히 찾아다녔다. 당일치기로 국내 곳곳을 여행하고, 휴가를 맞춰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쌓은 추억들도 한가득하다.
그래서일까? 여행은커녕 퇴근 후 술 한 잔을 나누며 서로의 고민을 얘기하는 것도 어려워지고, 카페에서 즐기는 커피 한 잔의 여유마저도 사치가 된 코로나 시국이 못내 아쉽고 안타까웠다. 그런 두 사람에게 ‘소원을 말해봐’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
권소현 주임이 “우리 같이 도자기 한 번 빚어볼까?”라며 제안했고, 강지현 주임이 망설임 없이 “OK”를 외쳤다.
“사실 저도, 지현 주임도 손재주가 별로 없거든요. 도예 체험은 당연히 이번이 처음이고요. 둘이 함께한 추억이 정말 많은데, 정작 둘이 무언가를 함께 체험한 적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솜씨’는 없지만 둘이 함께하면 뭐든 즐거울 거라는 생각에 신청했어요. 오랜만에 둘이 무언가를 함께할 생각에 벌써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우리 둘이 함께하는 시간은 늘 즐거웠거든요.(웃음)”
정성으로 반죽하고 마음을 담아 빚고
이제 수다는 잠시 접어두고, 손끝에 감각을 모아 흙과 호흡해야 할 시간. 여러 번 걸러내어 티끌 하나 없이 고운 흙내음이 손끝에 밴다. 조물조물 반죽을 만지고 있으려니 마치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흙장난을 하던 시절로 돌아간 듯해, 괜스레 웃음이 나온다.
‘도자기 그릇 만들기’의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흙을 잘 반죽해 모양을 만들고 다채로운 빛깔의 흙으로 원하는 무늬를 더해준 후 잘 구워주면 완성. 중요한 것은 어떤 모양과 무늬의 그릇을 만들지를 구상하는 일이다. 자유롭게 내가 원하는 모양을 정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정해진 도안이 없으니 색색의 흙 반죽을 눈앞에 둔 채 고민이 깊어진다.
“이번 여름에 멋진 ‘바디프로필’ 촬영을 하기 위해 본격적인 다이어트에 돌입했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친해져야 할 음식들을 접시에 표현해보려고 합니다.” 권소현 주임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색색의 흙 반죽을 이용해 주황빛 당근과 노란 바나나, 그리고 초록 브로콜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강지현 주임의 사각 접시에는 예쁜 튤립 두 송이가 활짝 피었다. “아마도 이 접시에는 자취생의 필수품인 스팸이 주로 담기지 않을까요? 도자기는 정성으로 흙을 반죽하고 마음을 담아 빚는 것이라고 하잖아요. 솜씨는 조금 부족하지만 정성과 마음만은 듬뿍 담았으니 멋진 완성품이 나오리라 기대합니다.”
‘함께’여서 더 즐거웠던 하루
기본이 되는 흙 반죽 위에 색색의 흙으로 원하는 모양을 빚어 붙이고 나니, 완성된 모습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커져간다. 밀대가 불룩하게 튀어나온 튤립과 당근, 바나나, 브로콜리 위를 부드럽게 지나가자, 마치 물감으로 색을 입히듯 기본 흙에 스며든다. 마지막으로 원하는 그릇 형태로 반죽을 빚어내면 드디어 완성이다.
강지현 주임은 “도자기가 고온을 견디며 더 단단해지듯이, 2021년에는 자신도 더 단단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조만간 지금까지와는 다른 업무를 맡게 될 것 같은데, 변화에 잘 적응해서 저 개인은 물론이고 조직도 함께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3년 전 권소현 주임과 함께 야간대학에 입학해서 ‘주경야독’을 해오고 있는데, 올해가 4학년 마지막 학기예요. 학업과 일을 병행하기가 쉽지만은 않았어요. 그때마다 힘이 됐던 권소현 주임과 함께, 서로 응원하면서 마지막 학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권소현 주임 역시 올해는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3년째 전기영업 업무를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모든 것이 부족하기만 했는데, 선배님들께 열심히 배우면서 지금은 많이 성장했어요. 올해는 그동안의 배움을 토대로 더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만든 접시에 건강한 음식들을 담아서 먹으면서 꼭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싶습니다. 달라진 제 모습을 바디프로필로 멋지게 남길 수 있도록요.”
오늘 두 사람이 만든 도자기는 바람을 맞고 1,250℃의 뜨거운 가마 속 불길을 견뎌내며, 두 사람의 추억이 담긴 특별한 작품으로 새롭게 탄생할 것이다. 2주 후 더욱 단단하고 아름다워진 도자기 그릇을 만나게 되는 날, 두 사람은 ‘함께’여서 더 즐거웠던 오늘을 떠올리며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