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기후는 인류 출현 이전부터 빙하기와 간빙기를 거치며, 오래도록 변화를 겪어왔다. 때문에 최근의 기후변화를 그다지 새삼스럽지 않게 여기던 사람들도 꽤 있었고, 기후변화의 원인을 두고 학계에서 논쟁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과학자는 ‘인위적 기후변화’를 인정하고 있다.

급격하고 심각한 인위적 기후변동 태양 활동의 변화·태양과 지구의 상대적 위치 변화 등 지구의 외적 요인과 더불어 성층권 에어로졸 농도의 변화·빙하로 덮인 면적의 변화·바닷물의 순환 변화 등 지구의 내적 요인에 의해 기후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를 통해 ‘자연적인 기후변동성’이 발생했음을 설명하는 다양한 연구 결과들이 있으며, 이는 여전히 학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대서양 해류가 약화되며 해양 순환이 변화하여 북반구에 빙하기가 도래한다는 영화 <투모로우(2004)>의 설정은 분명히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과학자들은 영화에서처럼 급작스러운 빙하기 도래는 아니지만, 100~1,000년에 걸친 해양 순환 변화가 과거의 빙하기를 만들어낸 유력한 원인 중 하나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1991년 6월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로 분출된 화산가스는 성층권에 장기간 머물며, 이산화황 성분에 의해 지구로 유입하는 태양 복사에너지를 감소시키는 효과(피나투보 효과)를 가져와 1년간 지구 평균온도를 0.5℃ 낮추기도 했다.
그러나 산업화 이후 인류가 배출한 무려 2조 톤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이산화탄소는 땅과 바다에도 흡수되어 또 다른 문제를 연쇄적으로 발생시키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지속적으로 높여 지구에서 우주로 유출하는 지구 복사에너지를 감소시키고, 지구로 열에너지를 되돌려 보내 축적되게 했다(온실효과). 이에 전례 없는 속도로 ‘인위적인’ 지구온난화를 발생시키는 중이다. 문제는 바로 이러한 오늘날의 인위적 기후변화가 지구의 자연적인 기후변동성의 범위를 넘어, 이례적으로 매우 급격하고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변화 넘어 인류 최대의 위협으로 과학자들이 인간 활동에 의한 인위적 기후변화를 걱정하고 기후 문제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전의 일이다. 하지만 기후‘변화’(change)를 넘어 기후‘위기’(crisis), 기후‘재난’(disaster), 기후‘재앙’(catastrophe)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급기야 지난 2019년에는 옥스퍼드 사전의 ‘올해의 단어’에 기후비상(climate emergency)이란 표현이 선정될 정도로, 기후문제 대책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이것은 지구온난화로 표현되는 최근의 인위적 기후변화가 그저 온도 조금 오르고 마는 문제가 아니라 대기와 해양의 조성에서부터 열 순환에 이르기까지, 기후시스템의 작동원리가 변화했음을 뜻한다. 이는 심각한 지구환경의 문제이자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비상 상황이라는 공감대가 널리 퍼졌음을 뜻한다.
그도 그럴 것이 바닷물의 수온이 증가하고 빙하가 사라져 전 지구적인 물 순환과 열 교환이 바뀌어 폭염·한파 같은 극한 기온은 물론, 폭우·폭설·가뭄 등의 극한 강수량 문제가 발생하는가 하면, 홍수·산사태·해일 등 자연재해의 특성도 변화시켜 기후재난에 이르고 있다. 이는 인간뿐 아니라 모든 동식물에게 영향을 미쳐 지구 생태계 전반이 변화하고, 생물 다양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농작물의 수확 차질은 식량 문제로 번지고, 식수를 비롯한 각종 자원을 두고 국가와 사회의 대립과 갈등이 심화되며, 고향을 떠나는 난민 발생은 물론 전쟁까지 발발하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국가의 존폐 위기까지 발생시키는 인류 최대의 위협으로 다가오면서 사람들은 기후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오래전부터 과학자들은 경고해 왔다. 기후문제를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서식지가 바뀌어 이동하는 생물종들이 면역력 없는 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증가하게 되고, 이로 인해 오늘날의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할 것이라고. 또 과거, 얼어 있던 영구동토(永久凍土)가 녹기 시작하며,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 등이 봉인 해제되고 있다.
오늘날의 지구환경과 생태계 변화는 심각한 기후위기, 그야말로, 비상 상황임을 일깨워준다.

코로나19 시대에 지구를 휩쓴 기후재난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멈춘 2020년 한 해 동안만 해도, 각종 기후재난이 전 세계를 휩쓸다시피 했다. 호주에서는 수년간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다가, 2019년 9월에 시작된 산불을 진화하지 못한 채 2020년을 맞이해야 했다. 240여 일간 지속된 산불은 한반도 면적에 거의 육박하는 산림을 태우고 2020년 2월이 되어서야 가까스로 진화되었다. 소방대원을 포함하여 인명 피해도 발생했고, 수천 채의 건물이 전소되는 등의 재산 피해도 입었다. 여기에 수억 마리의 동물들이 불에 타 죽었는데, 일부 생물종은 아예 절멸했을 것으로 추정되어 심각한 생물다양성 감소 우려를 더한다.
기후변화로 더욱 극심한 가뭄과 대규모 산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과학자들의 경고가 현실이 된 것은 호주에서만이 아니다. 1월 평균 기온이 –45.3℃로, 세계에서 가장 추운 도시인 러시아 사하 공화국(야쿠티야)의 베르호얀스크는 2020년 6월, 38℃라는 역대급 기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상고온현상이 지속되면서 산불이 빈발하고, 산림에 병충해가 확산되고 있다.
초여름까지 역대급 폭염이 올 것이 우려되었던 동아시아에서는 반대로 장마가 지속되면서 곳곳에서 수해 피해가 잇달아 발생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은 수천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두드러졌고, 우리나라도 곳곳에서 산사태와 홍수 피해를 겪었다.

북미 대륙에서는 원래 겨울에도 영하의 기온이 잘 나타나지 않았던 따뜻한 지역으로 손꼽히는 미국 남부의 텍사스 주에 심각한 북극발 한파가 몰아쳤다. 난방과 제설 등 한파 대비도가 매우 낮은 이 지역 일대는 마비됐고, 전기·물·식량 공급이 차단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어야 했다. 석유와 가스가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텍사스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폭염과 달리 한파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이처럼 기후재난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그 심각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어 이제 더는 물러설 곳이 없음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서울보다 더운 시베리아나 알래스카보다 추운 텍사스는 우리가 살아온 지구의 자연스러운 기후변동성으로 보기 매우 어려운 이변임이 분명하다.

우리에겐 지구를 떠날 자격이 없다 영국의 천재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인류가 지구온난화를 되돌릴 수 없는 시점에 근접했다. 지구를 버리고 떠나라”고 했다. 야심찬 화성 식민지 건설 계획을 세우고, 스타쉽(starship) 개발도 한창인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활동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류에게는 아직까지 지구를 버리고 떠날 능력이 없다.
그런데 능력이 없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더 큰 문제는 우리에게 지구를 버리고 떠날 자격이 없다는 점이다. 모든 권위로부터 해방되어 오랜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자유롭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세상에 사는 지금, 우리 세대가 기후변화를 인식한 첫 세대이자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세대라는 점은 툰베리 세대*에게 지구를 제대로 건네주어야 할 책임 또한 막중함을 뜻한다.
대안 없는 현실 앞에 우리의 선택은 결국 행동을 바꾸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인위적으로 기후를 급격하게 변화시킨 인류는 분명히 이를 회복시킬 힘도 가지고 있다. 매우 어렵고 획기적인 대전환에 따른 고통이 수반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원이 된 온실가스 배출량을 급격히 감소시켜 빠르게 탈탄소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모든 개발 방식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바꾸고, 에너지 생산과 소비 방식에서부터 각종 인프라를 저탄소 그리고 기후탄력적인 형태로 바꾸는 등의 대응 전략을 모색할 때이다.
전례 없는 기상이변이 일상이 되고, 각종 신종 바이러스와도 슬기롭게 공존해야만 하며, 녹아내리는 빙하와 차오르는 해수면의 속도를 늦춰가며 적응하는 다양한 지구와의 공존 해법을 모색하는 지혜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대가 되었다.
마치 진정한 20세기가 1901년이 아니라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전후 질서 복구 과정에서 열린 것처럼, 진정한 21세기는 2001년이 아니라 20년이나 지난 오늘에 와서야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열리는지도 모르겠다. 진정한 21세기,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하나뿐인 지구를 보다 잘 이해하고, 지구와 함께 공존하는 지혜를 찾아가는 시대가 되어야만 할 것이다.

* 스페이스X : 페이팔과 테슬라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민국의 민간 우주기업
* 툰베리 세대 : 2003년에 태어나 노벨평화상 후보에 2년 연속 이름을 올린 스웨덴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의 이름에서 따온 세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깨닫고 행동하는 10대를 일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