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핫(Hot)한 온돌
엄동설한이 맹위를 떨치는 겨울,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따뜻한 아랫목을 그리워할 것이다. 온돌은 한글, 금속활자와 더불어 빛나는 우리 한민족의 문화유산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35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오늘날 그 가치를 더욱 인정받고 있는 온돌. 여러분은 과연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세계 유일의 바닥 난방, 온돌
인류는 생존과 건강을 위해 반드시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예부터 인류가 체온을 유지해온 방법으로는 실내 난방을 비롯해 온천과 사우나 등이 있는데, 온천은 자연 조건이 필수적으로 갖춰져야 하고, 사우나는 많은 나무 연료를 필요로 한다.
실내 난방에는 공기 난방, 방열기(라디에이터) 난방, 그리고 우리 한민족이 주로 이용하는 온돌 난방이 있다. 온돌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독특하면서도 유일한 바닥 난방 방식으로, 우리 한민족의 주거문화는 이 온돌에 기초를 두고 있다.
서양에서는 공기를 데우는 난방을 주로 하는데, 고온의 열기를 공급하지만 따뜻해지지 않고, 공기를 데우기 위해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는 난방 방식이다. 반면 우리의 온돌은 바닥을 데우는 중·저온 난방으로 열의 전달 방법인 전도·대류·복사를 모두 활용하여 과학적이다. 또한 실내의
온도는 물론, 습도 등을 조절해 실내 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해 주는 난방 방식이다.
온돌 난방의 원리와 과학
온돌은 연기와 불을 나눈 구조로, 실내에 연기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서양의 벽난로처럼 불을 세워서 사용하지 않고, 불을 뉘어서 사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불은 윗부분이 가장 뜨겁다. 냄비를 불 위에 놓지, 불 옆에 놓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서양의 벽난로는 가장 뜨거운 불 윗부분을 굴뚝을 통해 바로 내보내고, 불 옆 부분만을 이용한다. 아궁이에서 불을 때면 뜨거워진 공기가 고래를 통해 지나가는데, 이때 방바닥에 열이 ‘전도’된다. 뜨거워진 구들은 열을 방출하는 ‘복사’ 현상을 일으키며, 따뜻해진 방바닥의 공기는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이동하는 ‘대류’ 현상으로 인해 방 전체가 따뜻해지는 것이 바로 온돌 난방의 원리다.
이처럼 온돌은 흙을 이용하여 불을 다루는 한국 고유의 전통난방기술로, 따뜻한 기운이 위로 올라가는 자연스런 난방법이다. 특히 머리는 차갑게 발은 따뜻하게 하여 인체의 면역력을 높여주는 두한족열(頭寒足熱)의 ‘건강 건축’이라는 장점이 있다.
* 구들 : 고래를 켜고 구들장을 덮어 흙을 발라서 방바닥을 만들고 불을 때어 난방을 하는 구조물
* 구들장 : 고래 위에 깔아 방바닥을 만드는 얇고 넓은 돌
* 부넘기 : 고래가 시작되는 어귀에 조금 높게 쌓아 불길이 아궁이로부터 골고루 고래로 넘어가게 만든 언덕. 온돌을 빨리 데우고 재를 가라앉히는 턱이 된다.
* 고래 : 방의 구들장 밑으로 나 있는 불길과 연기가 통하여 나가는 길
* 개자리 : 불기운을 빨아들이고 연기를 머무르게 하려고 온돌 윗목 밑으로 고래보다 더 깊이 파 놓은 고랑
온돌에 담긴 놀라운 이야기
인류 최초의 축열난방설비, 온돌. 서양의 난방은 불이 꺼지면 추워지지만, 온돌은 열기를 간직한 아궁이에서 굴뚝까지 열이 빠져 나가기 어렵게 만들어 불이 꺼진 후에도 구들이 따뜻하게 유지된다. 구들 밑으로 고래보다 더 깊이 파놓은 고랑이 있기 때문인데, 이를 개자리라 부른다. 개자리는 굴뚝을 통해 내려온 찬 공기가 고래로 흘러 들어가는 것도 방지한다.
온돌의 땔감은 좋은 나무가 아니었다. 쌀겨나 콩대, 옥수숫대 등 식량 부산물이나 나뭇잎이나 짚, 마른 소똥 등을 사용했다. 앞서 언급한 개자리는 불기운을 빨아들이고, 연기가 머무르기에 최고의 집진설비이기도 하다. 그래서 굴뚝 연기는 불완전 연소로 생겨난 검은 그을음이 아니고, 하얀 색의 수분(목초액)이 대부분이다. 개자리에 머문 불은 땅속의 개미와 쥐들을 쫓아냈으며, 연기는 마당 바닥에 깔리면서 집을 소독하고 각종 벌레들을 퇴치했다. 또한 불을 때고 남은 재는 비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온돌은 난방뿐만 아니라 아궁이로 취사까지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서 더욱 효율적이다. 구들장을 데우기 위한 열이 항상 있었고, 이 난방열을 조리열로 활용하면서 우리나라는 국물 요리가 발달했다.
온돌의 유래와 역사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정의한 온돌은 ‘화기(火氣)가 방 밑을 통과하여 방을 덥히는 장치’이다. 구들 아래에서 불을 때는 전통 방식은 아니지만,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도 온돌에 산다고 얘기하고, 숙박시설에서는 ‘온돌방을 드릴까요, 침대방을 드릴까요?’라고 묻는다. 물론 이때의 온돌은 불을 때는 구들장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온수 순환 보일러나 전기 발열을 직접 이용한 온돌로 바닥 난방을 활용하고 있고, 이를 온돌이라 부르는 것이다.
온돌(溫突)은 한자어다. ‘따뜻할 온(溫)’에, ‘갑자기 돌(突)’을 쓴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속학자인 손진태 교수는 그의 저서 <온돌예찬>에서 ‘구들’은 ‘구은 돌’에서 파생한 순우리말이라 주장했다. 그리고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우리글(훈민정음)이 없던 시절, 구들을 글로 쓸 때 한자를 차음하여 돌(堗) 혹은 온돌(溫突) 이라고 썼다. 즉, 온돌과 구들은 다 우리 한민족이 만든 뜻이 같은 말이다.
구들이라는 순우리말이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구들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를 연관해 본다면, 두만강 하구 ‘서포항 유적’의 초기 구들 유적의 생성 연도인 기원전 3,000년 전보다도 더 오래 전에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흔히 온돌을 ‘따뜻한 돌’이라 생각하는데, 따뜻한 돌의 의미라면 ‘온석(溫石)’이나 ‘난석(暖石)’으로 썼을 것이다. 우리 전통 온돌은 돌보다는 불을 다루는 기술이며, 불을 잘 가두는 것은 ‘돌’이 아니고 ‘흙’이다. 때문에 온돌을 만드는 장인을 ‘토수(土手)’ 혹은 ‘온돌(구들)편수’라고 불렀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
방 안 네 귀퉁이를 바닥보다 높게 만든 모양이 한자 ‘버금 아(亞)’를 닮아 ‘아자방(亞字房)’으로 불리는 경남 하동 칠불사의 아자방. <삼국유사>에는 아자방의 구들을 한 번 데우면 무려 100일 동안 열이 유지됐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이는 우리 민족이 불을 다루는 솜씨가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보여주는 걸작 중에 걸작이며, 우리나라 전통 온돌기술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우리의 천년고찰 산사건축은 물론 양동마을·하회마을·외암리민속마을 등 민가건축, 경복궁·창경궁 등 궁궐건축에 이르기까지…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유산의 핵심은 모두 온돌이다.
또한 온돌은 우리 민족만의 총체적인 주거문화로, 생활관습과 규범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생활양식은 주택, 실내건축, 가구의 형식뿐만 아니라 대중문화에도 영향을 주어 한국을 대표하는 ‘온돌방’ 문화로 자리 잡았다.
온돌문화는 지난 2018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35호로 지정됐는데, 한반도가 처했던 혹한의 기후환경에 지혜롭게 적응하고 대처해온 한국인의 창의성이 발현된 문화라는 점, 중국 만주지방의 바닥 난방 방식과는 분명히 구별되는 한민족의 고유한 주거기술과 주(宙)생활을 보여주는 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 국가무형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 받았다.
세계로 뻗어나갈 문화유산, 온돌
서양의 건축가들이 주장하는 친환경건축은 한옥의 기본 요소로서 모두 온돌의 장점이다. 황토를 사용해 자연 환기는 물론 습도가 자동 조절되고, 이불 속 바닥 온도는 높으면서도 실내 온도를 낮춰 쾌적감을 유지시키는 동시에 에너지 부하는 줄이고, 미세먼지를 차단하면서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는 정화작용 등 쾌적한 실내 환경을 만들게 해주는 것이 바로 온돌인 것이다.
최근 국내의 산후조리원이나 아동 도서실 등 노유자 시설에 온돌 난방을 도입하여 호평을 받고 있다. 독일 등 유럽의 가정은 물론 병원에서도 온돌을 응용해 사용할 만큼 그 효과도 뛰어나다. 이와 같이 온돌이 가진 보편성과 탁월성이 바로 우리 문화유산으로서의 핵심 키워드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에 비상이 걸렸다. 감염병 팬데믹에 직면한 지금 미래 건강을 위한 가장 좋은 대책은 결국 면역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불확실성의 시대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확실한 것은 살아 온 역사가 증명한다. 청결한 생활과 면역력을 증가시키는 좌식, 맨발 생활을 하게 한 한민족의 온돌문화. 김구 선생이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고 말씀하신 문화의 힘이 바로 우리민족의 ‘온돌문화’가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