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아름다운 산호초들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면
- 다큐멘터리 <산호초를 따라서(Chasing Coral)>, 2017
수많은 해양 생물의 안식처인 산호초. 바닷속 산호초는 경이롭고 황홀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이러한 산호초가 최근 하얗게 죽어가고 있다. 다큐멘터리 <산호초를 따라서>에서는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산호초의 모습과 끔찍하게 죽어가는 산호초의 모습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하얗게 변색되고 있는 ‘바다의 열대우림’ 산호는 열대의 얕은 바닷속 바위에 붙어사는 ‘동물’이다. 18세기만 해도 식물이나 광물로 오인된 산호는 입 주변의 수많은 촉수로 동물성 플랑크톤이나 물고기를 잡아먹는 동물이다. 산호초는 이러한 산호의 분비물인 탄산칼슘이 퇴적되어 만들어진 암초인데, ‘바다의 열대우림’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해양 생물이 산호초에 서식하고 있다. 산소량이 높고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2017년 제작, 2018년 제15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공개된 바 있는 <산호초를 따라서>는 91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3년에 걸쳐 30개국 이상의 바닷속을 500시간 이상 촬영해 탄생했는데, 산호초의 ‘백화’ 과정을 기록할수 있는 사상 첫 타임랩스 카메라를 발명하겠다는 목표 아래 광고인과 다이버, 사진가 및 과학자 팀이 스릴 넘치는 바다 모험 스토리가 담겨있다.
수온 상승으로 인해 죽음 맞는 산호초
백화란 산호초가 하얗게 변색되는 것을 말한다. 산호초에 서식하던 조류들이 수온 상승, 오염으로 인해 죽으면서 산호의 석회질 껍질이 드러나는 것인데, 산호초와 공생관계에 있는 조류가 사라지면서 결국 산호초도 죽음을 맞게 되는 것이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산호초가 급격히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의 산호초 지역인 호주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는 지난 2016년, 단 1년 만에 산호초의 29%가 사라졌다.
유네스코(UNESCO)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산호초의 4분의 3에서 심각한 백화 현상이 나타났다. 백화 피해를 입은 산호초가 정상 상태를 회복하는 데는 대략 12년이 걸린다고 한다. 더 심각한 것은 지금과 같은 온실가스 배출 흐름이 이어질 경우,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29개의 산호초 지역 중 적어도 25곳이 2040년까지 10년마다 2차례씩 심각한 백화 현상을 겪게 된다는 것.
이대로라면 모든 산호초가 죽는다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산호와 산호초에 대해 자세하게 파고드는 <산호초를 따라서>에는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산호초의 모습이 펼쳐지는가 하면, 조류와 물고기들이 떠나 죽음을 맞은 산호초 시
체들로 가득 찬 어둡고 고요한 바닷속의 모습 역시 담긴다. 산호초가 죽어가고 있는 실상을 보여주며, 보는 이로 하여금 경각심을 갖게 한다. 단순히 경각심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산호초 보호에 대한 구체적인 방식까지 제안한다.이를테면 아이들과 바다 투어를 지속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호기심을 계속 유지하면, 지구가 훨씬 더 살기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산호초를 따라서>는 ‘지난 30년 간 전 세계 산호초의 50%가 죽었다’는 자막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대로라면 향후 30년 내 모든 산호초가 죽는다’는 자막으로 마무리된다.
글 김미경, 사진<산호초를 따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