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입은 건축물
- 도시를 정화하다
도시의 천연 공기청정기이자 천연 가습기 역할을 하는 싱그러운 초록 식물들. 그 초록 식물들이 건물의 내부와 외부, 옥상을 차지하고, 도심 속 오아시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도시의 랜드마크로도 각광받고 있는 세계의 그린 빌딩을 소개한다.
미세먼지 줄이고, 단열효과 높이는 ‘수직정원’
세계의 여러 도시에서 보다 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더 많은 초록 식물을 심고 있다. 식물을 심을 땅이 부족한 도시환경에 적합한 ‘수직정원(Vertical Garden)’은 건물 내·외부 벽면에 수직으로 식물을 심는 것을 말한다. 버티컬 포레스트(Vertical Forest), 그린 월(Green Wall)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수직정원은 자연친화적으로 건축물의 미관을 단장하는 동시에 미세먼지를 줄이고, 도심의 열섬 현상을 줄여준다. 또 건축물의 균열과 탈색을 방지해, 건축물을 보호하는 장점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른바 ‘녹색커튼’으로 단열효과를 통해 여름철과 겨울철 실내 온도를 각각 낮추거나 높여줌으로써, 이에 따라 냉난방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게 해준다. 또 새들과 곤충들의 서식지로서 도시 생태계 복구에도 큰 도움이 되며, 삭막한 도시에 사는 시민들에게 쾌적함과 심리적 안정 효과를 준다.
도심 속 랜드마크, ‘천연 공기정화’ 대표 건물들
이탈리아 밀라노의 랜드마크로 우뚝 솟은 보스코 베르티칼레(Bosco Verticale)는 온통 식물로 뒤덮인 아파트이다. 2014년 완공된 이래 천연 공기정화 및 온도, 습도 조절 역할을 하고 있는데, 26층과 18층 아파트 두 개 동의 발코니에 심은 다양한 식물들이 뿜어내는 공기정화 효과는 1ha의 숲에 맞먹는다. 계절별로 그 색을 바꾸는 이들 식물들은 매해 20톤의 온실가스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한다. 이탈리아의 유명 건축가 스테파노 보에리가 설계한 것으로, 태양광 패널을 적용해 전력을 공급하는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고, 조경에 필요한 물은 생활하수를 정화하여 사용하는 친환경 아파트다.
보스코 베르티칼레와 비슷한 시기에 완공된 호주 시드니의 원 센트럴 파크(One Central Park) 역시 수직정원이 조성된 건축물로서, 초록 식물과 컬러풀한 꽃 기둥이 건물 외벽을 휘감고 있다. 높이 117m의 초고층 빌딩으로 2개의 타워빌딩에 536세대의 고급 아파트와 쇼핑몰이 조성돼 있다. 2층부터 33층까지의 모든 발코니에 심은 400여 종의 식물들은 싱그러운 산소를 뿜어대는 동시에 사생활 보호 및 도심의 소음을 줄여주고 있다.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과 패트릭 블랑이 함께 설계한 건물로, 우리나라의 부산현대미술관도 그의 작품이다.
일본 후쿠오카의 아크로스 후쿠오카(ACROS Fukuoka)는 건물의 측면을 계단식으로 만들고, 외벽을 따라 정상까지 수직정원으로 꾸몄다. 복합문화센터인 이곳은 도심 속 산처럼 보인다.
서울시청 내부에도 수직정원이 조성돼 있다. 7층 높이의 벽면 수직정원은 면적이 1,516㎡로 축구장 크기의 약 3분의 1이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스파티필럼, 이글레오네마, 스킨답서스 등 14종 6만 3,000본의 식물이 살고 있다.
이처럼 자연을 입은 건물들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등의 환경문제를 줄여주고, 도시민들에게 쾌적한 생활을 선물해주고 있다.
정리 김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