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두 번째 지구는 없습니다.
- 방송연예인 그리고 환경실천가 ‘타일러 라쉬’
9개 언어를 구사하는 그의 별명은 ‘언어천재’이다. 여기에 한국의 역사와 정치 그리고 문화에 대한 해박함으로 인해 그는 ‘대한미국인’이라고도 불린다. 이런 그가 스스로를 “기후위기를 많이 고민하는 타일러”라고 소개했다. 현재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최근 그가 출간한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들고 그를 만났다.
Q. 최근 근황을 듣고 싶습니다.
한국기업들의 세계 진출을 돕는 컨설팅회사를 작게 운영하고 있어요. 그런데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사업이 잠시 소강된 상태고요. 지금은 역으로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한국 진출을 돕고 있습니다. 이외에 방송과 강연, 유튜버 활동을 했고, 최근에는 책을 집필하느라 지금은 출간한 책을 알리느라 바쁘네요.
Q. 책을 쓰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어릴 때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았어요. 이 책이 기후위기를 소개하는 책은 아니고요. 기후위기에 대해 일반인의 시각에서 고민을 풀어낸 에세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가볍게 읽어 내려갈 수 있죠. 이 책이 저에게 환경문제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됐듯이 독자분들도 함께 고민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출간하게 됐습니다.
Q. 2016년부터 WWF(세계자연기금) 홍보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는데요,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제 고향인 미국 동북부 버몬트는 숲이 울창한 곳입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환경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어요. 그러다 2011년에 한국에 왔는데, 여기선 환경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는 분위기였어요. 가끔 이야기를 꺼내면 별로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느낌도 받았고요. 하지만 저는 서울이 점점 변해가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하늘은 점점 뿌예지고 목도 아파왔어요. 강 너머 풍경도 희미해졌죠. 그때쯤 사람들은 미세먼지의 출처를 얘기하며 정치적으로 접근하더라고요. 그런데 미세먼지가 어디서 왔는지는 중요치 않습니다. 현재 미세먼지가 하늘을 덮고 있다는 현실이 문제죠.
Q. 현재 환경 문제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라고 보시나요?
지구는 사용하는 만큼 재생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생태용량 사용 속도가 재생되는 속도보다 빨라지고 있어요. 1970년대만 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2000년에는 지구가 1년간 제공할 수 있는 생태용량이 10개월만에 소진됐죠. 해마다 생태용량 소진 날짜는 점점 앞당겨지고 있는데다, 빨라지고 있고요. 한국은 어떨까요? 폐기물 배출, 에너지 사용, 의식주 생활에 따른 환경 파괴의 관점에서 볼 때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2019년 생태용량 초과시점만 봐도 전세계 평균이 7월이었는데, 미국은 3월, 한국은 4월이었죠. 이러다가 지구가 남아 날까요? 지구에 빚을 지면 옮겨갈 지구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지구는 어떻게 변화할까요? 그래서 우리 모두가 이러한 환경 문제를 남의 일로 생각하지 않고, 바로 ‘나의 일’로 받아들여야 해요.
Q. 하지만 많은 이들이 피부로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제가 환경에 대한 강연을 다니면서 접하는 반응 역시 현실 부정이 많아요. 아직 괜찮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거나 오히려 이런 말이 지나친 과장이라고 받아들이기도 하죠. 쓰레기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는 걸로 자기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지금도 겨울추위가 매섭다며 지구온난화를 부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환경오염으로 인한 지구온난화 문제는 오늘의 날씨가 아닌 지구의 평균온도 차원에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지구 온도 상승의 여파가 바다에 누적되고 있어요. 그래서 당장은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거죠.
Q. 그렇다면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기후위기를 나의 미래와 연관 지어 ‘이기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나의 영원한 안식처 지구를 깨끗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로요. 그러기 위해선 환경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합니다. 소비자로서도 현명하게 선택을 잘해야 합니다. 우리가 끓여 먹는 라면에도 오랑우탄이 살던 숲을 파괴하고 재배한 팜유가 함유되어 있을 수 있어요. 물건을 하나 사더라도 환경마크가 있는지 확인후 구매했으면 좋겠고요. 저 역시 이 한 권의 출간하는 책에 FSC 인증 종이를 사용할 것을 계약서에 명시해 진행했어요. FSC(Forest Stewardship Council)란 국제 친환경 산림관리 인증인데, 국내 종합출판사에서 낸 책으로는 최초였습니다. 이 인증이 있는 제품을 사용하면 산림이 불법으로 벌목되는 걸 막게 되는거죠. 얼핏 보면 멀리 떨어져 있어 보이지만 결국 지구는 이렇게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바라본 한국인은 방향을 결정하고 계획을 세우면, 실행을 매우 잘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친환경 에너지 리더인 한난의 역할은 매우 크죠 한난의 실행력이 성과로 이어져 계속 발전해 나간다면 환경분야에서엄청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난 직원 여러분들 스스로 매우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인식하며, 업무 수행 과정이 힘들더라도 꼭 이겨냈으면 좋겠네요. 최근 뉴스에서 한국에 반달곰 개체수가 늘었다는 소식을 들었고, 보존사업을 통해 자연을 되살린 케이스도 있다고 들었어요. 정말 희망적인 일이죠. 이런 노력을 매우 칭찬하며, 저도 앞으로 FSC를 알리는 활동에 힘을 보태려 합니다.
환경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나의 생존 문제입니다. 모르면 함께 동참할 수 없지요. 해서 저는 여러분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깨달으면 환경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제 책을 보거나 혹은 환경 관련 영상이나 또 다른 환경 책들을 통해 자신도 몰랐던 내 안의 ‘환경에 대한 관심’을 깨달았으면 합니다. 우리에게 두 번째 지구는 없으니까요.
글 강숙희 , 사진 김정호 , 일러스트 및 일부 사진제공 타일러 라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