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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 더욱 거세진 뉴트로 열풍
기성세대만이 아닌 젊은세대들도 빠져드는 레트로(복고). 그래서 이를 뉴트로(New+Retro)라고 부른다. 이미 예전부터 불고 있던 뉴트로 열풍은 코로나 시대를 맞아 더욱 거세지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방송가를 강타하고 있는 뉴트로 신드롬 MBC <놀면 뭐하니?>는 최근 여름 시즌을 겨냥한 혼성그룹 프로젝트를 시도했다. 유재석과 이효리, 그리고 비가 참여한 이 프로젝트가 굳이 혼성그룹을 내세운 건 다분히 1990년대 가요계에 대한 향수가 깔려 있다. 당시 쿨이나 샵, 룰라, 코요테 등 다양한 혼성그룹들이 활발히 활동했는데, 그들이 여름철에 되면 시즌송처럼 내놨던 댄스 음악들에 대한 향수가 그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내놓은 ‘다시 여기 바닷가’는 당시의 혼성그룹들이 발표하곤 했던 여름 시즌송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현재의 젊은세대들도 호응할 수 있는 지금의 감성이 더해져 있다. 그렇게 된 건 아예 처음부터 노래의 기획 포인트를 ‘뉴트로’로 잡았기 때문이다.
뉴트로 열풍은 이미 방송가에 그 결과물들을 드러낸 지 오래다. JTBC <투유프로젝트 슈가맨> 같은 프로그램은 아예 잊혀졌던 옛 가수들을 현재로 소환해내는 것으로 뉴트로 감성을 일깨워냈다. 세대별로 구획된 관객들이지만 놀랍게도 옛 노래를 잘 알고 있는 10대들이 이 프로그램에 자주 보인 등장한 바 있다. 이 방송에 나온 후 신드롬급 인기를 끈 양준일의 경우, 30년 만에 무대에 섰지만 10대들이 더 많이 알아봤다. 그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 탑골공원’이라 불리는 1990년대 <가요탑10> 같은 옛 프로그램 영상이 유행하면서 유튜브에서 ‘탑골GD’라 불릴 정도로 유명했기 때문이었다. 양준일을 부활시킨 ‘온라인 탑골공원’은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 옛 시트콤이나 드라마들이 다시 재편집되어 화제가 되고 있는 뉴트로 현상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작년 TV조선 <미스트롯>을 필두로 올해 <미스터트롯>으로 이어지며 형성된 트로트 열풍 역시 뉴트로적 요소들이 프로그램에 녹아들어 가능해진 일이었다. KBS <가요무대> 같은 정통 트로트 프로그램보다 <미스터트롯>이 열풍을 만든 건, 오디션 형식을 비롯해 다양한 타 장르와 트로트가 결합해 퓨전을 시도하는 등 옛것과 현재의 것을 접목하는 뉴트로를 시도했기 때문이었다. <미스터트롯>의 주인공 임영웅 자체가 뉴트로적 인물이다. 젊은 그는 정통 트로트도 부르지만 발라드에 가까운 담백한 트로트로 젊은세대들까지 빠져들게 만들었다.

산업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뉴트로

뉴트로는 산업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대한제분 밀가루 ‘곰표’의 뉴트로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밀가루 포대에 어울릴 것 같은 브랜드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와 맥주는 물론이고 맨투맨 점퍼까지 내놓으며 완판 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조금은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더 유니크하게 다가오는 지점을 정확히 공략한 대표적인 뉴트로 성공사례다. ‘맥심’이 내놓은 커피믹스 레트로 에디션이나, 1980년대 인기를 끌었지만 사라졌던 냉동 삼겹살의 재인기, 소주의 원조를 내세우며 옛 병의 감성으로 돌아간 ‘진로이즈백’ 등 뉴트로는 식품업계의 화두가 되었고, 의류업계에서도 빈티지룩이나 자수가 포인트로 들어간 티셔츠 같은 뉴트로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뉴트로 열풍은 삼성이나 LG 등 전자업계에도 마케팅 방식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유튜브를 통해 방영한 ‘뉴레트로 : 별세계 갬성’ 같은 영상은 삼성전자가 1975년 국내 최초 개발한 이코노TV, 1994년 출시한 휴대전화 애니콜 등을 소개했고, LG전자는 옛 금성사 골드스타 광고 문구와 과거 제품들을 소개했다. 뉴트로 콘셉트 이벤트를 통해 자사와 소비자 사이의 접점을 넓히려는 의도다.
게임업계 역시 뉴트로 콘셉트의 게임들을 속속 출시중이다. 넥슨이 지난 1996년 출시됐던 최장수 MMORPG게임 ‘바람의 나라’의 모바일 버전인 ‘바람의 나라:연’을 출시했고, 엔씨소프트도 2000년대 서비스됐던 ‘트릭스터’, ‘팡야’를 리메이크한 ‘트릭스터M’, ‘팡야M’을 출시했다. 이들 뉴트로 게임들은 원작이 가진 특징들을 그대로 구현하면서 동시에 모바일에 맞춰진 새로운 콘텐츠들이 들어간다는 특징이 있다.

코로나 이후 더욱 가속화된 뉴트로, 그 이유는? 사실 옛것을 돌아보는 복고의 정서는 현재의 어려움이나 결핍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래서 복고는 주로 경제 불황시기에 종종 모습을 드러낸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복고 열풍을 이끌었던 것도 1997년 IMF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끝없이 빠져들었던 불황 속에서 1997년 이전의 좋았던 시절을 회고하려는 욕망들이 생겨나면서였다. 게다가 1990년대에서 2000년대로 넘어오는 시기는 디지털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던 때였다. 아날로그적 감성들이 빠른 속도와 편리성으로 대변되는 디지털로 채워지면서 세상은 엄청나게 빨리 변해갔고,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멈춰서 뒤를 돌아보려는 복고의 흐름을 만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복고가 기성세대들의 향수를 뛰어넘어 즉, 레트로의 차원을 넘어서 뉴트로라는 트렌드로 나아가게 된 건 젊은세대들이 이 대열에 참여하면서다. 그들은 겪어보지 않은 옛 아날로그 감성들을 회고의 차원이 아닌 새로운 경험의 차원으로 받아들였다. 디지털 음원의 시대에 레코드판을 사서 턴테이블에 올려놓아 듣는 아날로그적 체험이 새로웠고, 스마트폰만 들면 어디서든 사진을 무한대로 찍어 바로 확인하고 전송, 저장할 수 있는 시대에 다 찍어야 비로소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는 필름 카메라에 빠져들었다. 이들 젊은세대들은 가게들조차 대형마트들에 의해 재편되며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거리들을 벗어나 저마다의 특색을 지닌 다양한 가게들이 생겨나는 골목을 찾아갔고 그것은 또 다른 상권을 만들었다. 결국 뉴트로의 경험은 레트로가 가진 과거로의 회귀에서 한 차원 더 나아가 현 세대들의 재해석이 담겨지며 그 저변을 넓혔다.

포스트코로나에도 뉴트로 열풍은 지속될까? 따라서 코로나19 시국에 뉴트로가 더욱 트렌드의 중심으로 들어오게 된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우리가 최근 수십 년 사이 겪었던 경제 위기 그 이상의 국면들을 양산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은 기본이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비대면’이 일상이 되면서 생활 자체도 어려움에 직면했다. 그러니 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그리워하고 나아가 그 이전의 대면접촉을 근간으로 하던 아날로그 시대를 향수하게 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었던 그 소소한 것들조차 더욱 소중해진 현재가 아닌가.
앞으로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도 우리의 일상은 더 이상 코로나 이전으로 완벽히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그 이전 지나간 과거를 향수하고 어떤 면에서는 재해석을 통해 현재화하려는 뉴트로는 향후에도 계속 문화 트렌드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그건 결국 현재의 결핍들을 채워 보다 나아지려는 욕망에서 비롯되는 것이니 말이다.

글 정덕현(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