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난 : 명사에게 묻다

그러니까 나답게
살아간다는 건
원하는 삶에
가까이 간다는 것
윤홍균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자존감 수업>, <사랑 수업> 저자

Text. 박영화 Photo. 정우철 Video. 최의인

“혼기가 찼으면 결혼해야지”, “언제까지 춤만 추고 다닐래!”, “돈을 모으고 살아야지, 투자는 해?”, “다른 스타일로 입어보면 어때?”, “번듯한 직장이 필요하다니까”. 남들이 볼 때 나는 부족하고 못난 사람일까? 정말 내가 틀린 걸까? 나는 왜 이럴까…. 때때로 타인의 시선과 말에 상처받은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다 결국 자신을 사랑하지도, 나답게 살지도 못하게 되고야 만다. 나답게 살아간다는 것! 누구나 원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살아가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나답게 살기 위해서 먼저 자신을 사랑하세요. 그리고 남들에게 듣고 싶은 말을 내가 나에게 해주세요.” 살면서 스스로 한심해 보이는 순간을 수없이 마주하게 될 때면 윤홍균 원장의 말을 떠올려보자.나를 사랑하고, 나답게 살아간다면 보잘것없어 보이던 내 상황과 능력과 세상이 어쩌면 환하게 빛날지도 모를 테니까.

Q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A

물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저에게 좋은 일이 많이 생겼지요. 고맙다는 말을 자주하게 되었습니다. 달라진 건 찾아주시고 불러주시는 분들이 많아졌다는 겁니다. 원래 주 1회는 병원 문을 닫고, 강연을 하러 다녔는데, 최근 강연 의뢰가 많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몸을 여러 개로 늘릴 수는 없으니까 죄송하게도 일을 거절하고 있어요. 그래서 감사하다는 말, 죄송하다는 말을 좀 더 많이 하게 된 게 가장 큰 변화 같습니다. 제 일상은 사실 크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 가족들하고 아침밥 먹고, 지하철 이용해 출근하고, 병원에서 환자분들 뵙고, 퇴근하고, 저녁 먹고, 운동하고, 책 좀 보다 자고, 다음날 일어나서 아침밥 먹는 게 제 일상입니다.

Q

베스트셀러인 <자존감 수업>의 ‘자존감’을 흔히 사람들은 ‘자신을 사랑한 정도’라고 생각하는데요. 맞나요?

A

자존감은 자기 스스로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를 의미합니다. 내가 나를 생각했을 때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등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본인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을 사랑하는 게 쉽겠죠? 그래서 자기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자존감의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Q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나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존감이 높다고 볼 수 있는 걸까요?

A

만약 자존감이 낮을 때를 생각해 봅시다. 자존감이 낮아서 자기 스스로에게 낮은 점수를 주고 있다면 어떻겠어요. ‘나란 인간은 쓸모없어’, ‘나란 인간은 매력 없어’라고 생각하면 나 자신이 사랑스럽지도, 남들에게 자랑스럽지도 않겠죠. 반대로 자존감과 삶의 만족도가 높다면 당연히 사랑하기도 쉽겠죠. 주변 사람들에게 “나 이렇게 살아보니까 정말 좋아. 이렇게 살아보는 게 어때?”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자신의 성격과 특징들을 캐치하고, 있는 그대로 나와 함께 살아가는 것. 그게 나답게 살아가는 거잖아요? 나답게 살아야 행복해지고 계속 그렇게 살고 싶어집니다.

Q

때론 나답지 않은 감정이 나오기도 하는데요.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스려야 할까요?

A

감정이 중요한 이유는 기억과 연관이 되기 때문입니다. 나답지 않은 감정이 나온다는 건, 나는 그런 거 없을 줄 알았다는 겁니다. “나는 무기력 같은 것 없는 줄 알았어. 나는 창피함 같은 것 안 생길 줄 알았어” 했는데 나온 겁니다. 사실, 그럴리가 있나요? 나만 그런 게 없을 거라고 생각한 게 착각이었던 겁니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나답지 않은 감정이 느껴졌더라도 너무 놀라거나, 당황하지 마시고 우선 자신의 감정에 공감을 해줍시다. ‘아! 그렇구나, 나도 그럴 수 있구나!’ 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이해해 준다면, 비슷한 상황의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때도 도움이 될 겁니다. 그 다음 단계는 향후 대책을 마련하는 겁니다. ‘앞으로 또 이 감정이 느껴질 땐 어떻게 행동할까?’ 하면서 전략을 꾸미는 거지요.

Q

자존감을 향상시키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A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중에서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나에게 해주기’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인생은 늘 사건 사고의 연속이거든요. 그때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어떤 얘기를 해줍니다. “잘했어”, “나니까 이정도 한 거야”라고 얘기할 때도 있지만 부정적인 피드백을 줄때도 많아요. “아. 바보”, “난 왜 항상 이 모양이지?” 하면서 자기 자신을 구박하고, 비난하고, 못살게 구는 겁니다. 그런 얘기를 자주 들으면 자존감은 어떻게 되겠어요? 가까운 곳에서 들리는 비난이 제일 괴롭거든요. 엄마나 아빠, 배우자, 제일 친한 친구가 그렇게 말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우린 가끔 그런 생각을 하잖아요.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사람 한 명이라도 있으면 좋겠어”라고요. 60억 인구 중에 한 명만 있어도 행복할 것 같은데, 굳이 본인은 그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럴 필요 없다는 거죠. 그래서 마치 내가 나를 사랑하는 사람처럼 나에게 피드백을 주는 겁니다. 만일 아주 중요한 시험이 있었는데 떨어진다면 “괜찮아, 열심히 노력했잖아. 힘들긴 하겠지만, 식사라도 맛있게 하자”라고 자기감정에 공감해주고, “어떻게 하면 힘이 좀 날까?”라고 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힘을 합쳐보는 거지요. 우리의 뇌는 자기 목소리인지, 남의 목소리인지 구분을 못합니다. 그러니 자신에게 많은 이야기 들려주세요.

Q

나답지 못한 순간으로 인해 힘든 사람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진료실에서 만나는 분 중에서 가장 안타까운 분들이 “선생님 저는 왜 이렇게 성실하지 못할까요? 전 우울증이 아니라 게으른 것 같아요”라는 분들이에요. 한국에서는 게으른 사람은 없어요. 한국의 여름은 적도보다 덥고요. 겨울은 시베리아보다 추워요. 옷하고 이불만 챙겨도 엄청 바쁩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국민 총 생산량이 세계 10위권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어요.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것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워낙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다 보니까 ‘뒤처진다’라는 느낌이 드는 겁니다. 우린 모두 상당히 성실하고, 뛰어난 능력을 내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 지냈으면 좋겠어요.

Q

<자존감 수업>에 이어 <사랑 수업>을 출간하신 계기와 책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자존감 수업>을 쓰고 한동안은 안도했었습니다. ‘자존감이라는 게 이렇게 중요하고, 이것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이렇게 하면 되겠다’라는 내용을 정리했고,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을 했으니까요. ‘앞으로도 이렇게 치료를 하면 되겠다’라는 치료의 틀이 생긴 거죠. 그런데 빈틈이 생기더라고요. 아무리 치료를 해도 잘 안되고, 어긋나고, 치료자와 관계도 잘 안 맺어지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럴까, 왜 이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자는 개념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자꾸 자존감 떨어지는 패턴이 반복될까?’ 고민을 하다 찾은 답이 바로 ‘사랑’입니다. 첫 번째는 아무리 자존감을 고쳐놔도 타인과의 사랑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는 그룹들이 있었습니다. 자존감이 회복됐다고 해서 혼자 외톨이로 사는 건 행복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아, 사랑 문제를 결국 해결해야겠구나!’ 생각했지요. 두 번째는 아무리 자신을 사랑하려고 해도 잘 안 되는 그룹입니다. 이분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니까 사랑을 받았던 기억이 없습니다. 축하를 받아야 할 상황에서 형제간의 비교를 당한 사람들, 끊임없는 비난과 비하에 시달리는 사람들, 사랑한 사람에게 배신의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자신을 사랑하는 게 감이 오지 않는 거죠. ‘결국은 사랑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자존감 문제도 해결되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을 책으로 정리했습니다.

Q

한국지역난방공사 <따뜻:한난> 독자를 위해 나답게 살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A

먼저 자기 자신에게 많은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세요. 나답게 살려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하고, 자신을 좋아해야 합니다. 설령 단점이 나오더라도 어떻게 하면 그게 장점이 될 수 있는지를 나의 내면과 사이좋게 의견을 나눠보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나답게 살 수 있고, 자존감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또 그게 가능할 때 타인을 존중할 수 있는 기술도 생길 겁니다.

우린 모두 상당히 성실하고, 뛰어난 능력을 내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 지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