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난 : 순간의 기록

답게 산다는

Text. 최선주 Photo. 정우철

몇 해 전부터 MBTI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상대방을 알아가기에 MBTI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MBTI가 뭐야?”라고 묻곤 했어요. 마치 예전의 “혈액형이 뭐야?”라고 묻는 것 처럼요. 사람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이상하게도 이 MBTI에 의지가 된다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반대로 불신하는 사람도 많지만요.

세상에 나온 지 30년은 더 넘은 MBTI가 유행하는 이유는 참 다양한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로 일상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자
MBTI를 공유하며 놀이처럼 즐기는 것 같기도 하고,
세상 밖에서 만나 부딪히게 되는 누군가에 대한 ‘이해’를 하기에
이만한 것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나’에 대해 알아가기에 좋기도 하고요.

모두 공감이 되는 이유들입니다.
그중에서 가장 공감이 되는 건 ‘나’에 대해 알아가기에 좋다는 것이었어요.
한 정신과 의사가 MBTI가 유행하는 이유에 대해 한 말이 생각납니다.
“사람들이 점점 ‘나’를 알고 싶어하는 욕구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나’를 알아야 더 행복하고 재미있게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는 말이요.

이 말에 문득 ‘그렇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 우리는, ‘나’보다는 ‘남’에 집중된 삶에 익숙해져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적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의 딸, 아들로, 누군가의 부모로,
누군가의 애인으로, 누군가의 친구로,
누군가의 선배로, 누군가의 후배로….
나의 삶이지만 ‘내가 없는’ 삶이었죠.

혹여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지는 않을지,
내가 뭘 잘못했는지, 남이 하는 말에 상처를 받고,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게 되고….
‘내가 없는 나의 삶’에서 ‘나’는 이렇게
피폐해져 갔습니다. 이런 과거를 돌이켜보면,
MBTI의 유행은 꽤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행이라는 좋은 핑계로, 나를 돌아볼 기회가 생겼으니까요.
“고작 16가지 유형으로 나를 어떻게 단정하지?”라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요.
그런 분들에게는 서점으로 가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MBTI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 서점 곳곳에는
‘나’를 돌아보기 좋은, ‘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책들이 많이 있거든요.

사실, MBTI가 유행하기 전부터 서점에는
나의 마음 치유 에세이, 자기계발서들이 가득했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꽤 오래전부터 ‘나’에 대해
알고 싶었던 욕구가 컸던 게 아닐까요?

인상 깊었던 ‘나’에 대한 책 한 권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지금까지도 서점의 베스트셀러 칸을 지키고 있는
김수현 작가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라는 책인데요.
책을 펼쳐보면 Part.1은 이런 내용들로 시작합니다.
‘나의 삶을 존중하며 살아가기 위한 to do list’.
내게 친절하지 않은 사람에게 친절하지 않을 것.
나를 평가할 자격을 주지 않을 것.
나의 삶을 존중할 권리를 말할 것.

누군가의 말에 흔들리지 않을 것. 누구의 삶도 완벽하지 않음을 기억할 것. 주눅들만큼 겸손하지 말 것. 이렇게 책의 내용을 되짚어 보니, ‘나답게 산다는 것’은 꽤나 명쾌한 일이었네요. 뭐가 그리 어려워서 ‘나’를 잃고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비가 와도, 해가 떠도, 먹구름이 껴도
하늘이 온전히 하늘인 것처럼 나를 둘러싼
어떠한 상황, 관계, 일들 그 무엇이 변하더라도
나는 온전히 나임을 알고 지낼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며 음악 감상을 해도 좋고요.
마음을 평화롭게 해주는 향기를 맡으며
명상을 해도 좋을 것 같네요.

당장은 어렵겠지만, 온전한 나를 위해
누구보다도 내가 잘 살기를 바라며
착하되, 결코 만만하지 않게
나를 지키며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를 응원합니다.
내 삶의 주인공은 나이며 내 삶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나이고
내 삶이 행복해야만 남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는 것
명심하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