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김주희 Photo. 정우철, 각 지자체
지금 우리는 골목길에 주목한다. 오래된 골목이 맛집과 멋집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입으면서 ‘리단길’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2015년 이태원에 형성된 경리단길을 시작으로 각 지역의 특색과 개성을 갖춘 골목길이 ‘○리단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중. 리단길은 번화가와 달리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감성이 곳곳에 녹아든 것이 특징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핫플레이스와 성지로 떠오르며 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골목길의 새로운 발견, 전국의 리단길을 소개한다.
수원 행리단길은 수원 화성과 화성 행궁을 품은 행궁동 일원에 걸쳐 드넓게 형성된 곳이다.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성곽 뷰와 레트로 감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곳인데, 좁은 골목길 사이사이가 아니라 마치 동네에 자연스럽게 스민 듯한 풍경이 특징이다. 낡고 오래된 골목을 걸으면서 어쩌다 전통 한옥을 마주친 후 두어 걸음 걸으면 일순 감성적이고 트렌디한 숍들을 만나게 된다. 구옥을 개조한 카페나 맛집들이 모여 있어 대충 찍어도 SNS 감성의 사진을 남길 수 있는 포토 스폿이 가득하다. 화성행궁 근처에는 함께 둘러볼 명소들이 많다. 전국 행궁 중 인상적인 규모와 격식을 갖춘 화성행궁은 정조의 원대한 꿈과 효심이 느껴지는 역사적 명소로 온 가족이 함께하기에도 좋다. 우리나라 최초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의 생가터에서는 벽에 나혜석 작품을 그린 골목길을 거닐 수 있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서문로 43
해리단길은 부산 해운대역사 뒤쪽 일대에 만들어진 곳이다. 폐역이 된 옛 해운대역 뒷골목이 조금씩 단장되면서 활기를 되찾은 도시재생 케이스이기도 하다. 해리단길에 즐비한 상점들은 오래된 주택을 개조하고 리모델링하는 과정을 통해 특색을 담아내는 동시에 골목길 특유의 소박한 분위기를 살렸다. 이국적인 레스토랑부터 로맨틱한 루프톱 카페, 트렌디한 버거 숍과 디저트 숍을 비롯해 소품 숍, 사진관, 꽃가게, 서점, 빈티지 의류 숍 등이 주택과 조붓하게 모여 있다. MZ 세대부터 주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골목을 지키고 있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풍경은 동네 이웃 모두가 어울리던 ‘골목’이라는 정체성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주말에는 다른 지역에서 모여든 상인들이 플리마켓을 열기도 하고, 유쾌하고 익살스러운 벽화로 눈길을 끌기도 한다.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510-7
석촌호수 동호 인근을 일컫는 송리단길은 약 400m 거리에 이른다. 일반 주택가였지만 롯데월드타워가 오픈한 이후 많은 사람이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형성된 길이다. 주택가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은 골목을 탐험하듯 누비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식당, 카페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데, 무엇보다 다양한 취향과 입맛을 충족시켜주는 맛집이 즐비한 점이 매력적이다. 세계 여러 나라의 먹거리를 현지 분위기로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로맨틱한 프랑스식 카페, 빈티지 감성의 유럽풍 카페, 소박한 일본식 밥집, 현지의 맛을 고스란히 살린 베트남 레스토랑, 이국적인 퓨전요리 집, 세련된 아메리칸 펍, 유러피언 인테리어의 와인 바 등 각국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맛집들이 투어 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송리단길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열린’ 공간이라는 점이다. 낮은 건물들 사이로 내려앉은 햇볕을 누릴 수 있다.
서울시 송파구 백제고분로 43길 23
숲길과 오붓한 골목, 카페거리가 공존하는 동네다. 인근에 있던 옛 전남도청이 이전하며 활기를 잃었다가 다시 생명력을 얻었다. 마을을 에워싼 푸른 숲길부터 오래된 한옥을 개조한 카페와 책방, 갤러리, 근현대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골목까지 조붓하게 자리한다. 주목할 점은 동리단길의 생명력을 잇는 이들이 바로 로컬 크리에이터들이라는 점이다. 누구보다 동명동만의 정체성을 잘 알고 있는 젊은 창작가들이 지역의 고유성과 자신만의 콘텐츠를 결합해 특별한 공간과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프렌치 코스 요리로 유명한 레스토랑은 지역의 식자재를 활용한 신선하고 수준 높은 메뉴를 선보인다. 광주에서 나고 자란 주인장이 광주 지역의 밀로 만든 수제맥주를 선보이기도 한다. 수십 년의 세월을 간직한 한옥을 개조해 지역 예술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갤러리들도 동명동을 대표하는 명소로 손꼽힌다.
광주시 동구 동명동 292
서울 서부권의 가장 핫한 동네는 단연 망원동이 아닐까. 망리단길이라고 불리는 골목길은 MZ세대의 힙한 놀이터로 자리매김했다. 끊임없이 새로운 상점들이 생겨나면서 상권은 더욱 확대되는 중이다. 망리단길을 진정으로 즐기는 방법은 골목 ‘사이사이’를 ‘낱낱이’ 누비는 것이다. 모세혈관처럼 이어진 길마다 먹을거리, 즐길거리, 볼거리가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SNS 감성 가득한 독특한 콘셉트의 카페들은 ‘인싸’들의 성지가 되었다. 망리단길에서 달콤한 디저트 투어를 즐겨보는 것도 좋을 터. 티라미수, 젤라토, 빙수 등 소규모 디저트 숍이 즐비한데, 차별화된 레시피와 눈을 즐겁게 하는 패키지 디자인으로 눈길을 끈다. 망리단길을 충분히 즐겼다면 인근 망원시장을 돌아봐도 좋다. 재래시장의 정겨운 풍경과 묘미도 색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403-7
대구 대봉동에 위치한 봉리단길은 제2의 동성로라고 불리며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대봉동을 거닐다 보면 시선을 붙드는 맛집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아날로그 감성 가득한 고깃집, 홍콩의 낡은 골목 어딘가에서 볼 법한 중식당, 모던한 분위기로 재해석한 이자카야, 인심 좋은 주인장이 운영하는 족발집 등이 자리한다.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상점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 이를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사진을 찍다 보면 시간이 어느새 훌쩍 지나가 있다. 가성비 넘치는 카페 외에도 유명 프랜차이즈도 자리해 익숙하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 400m 거리 곳곳에 故김광석의 노래가 끊임없이 흘러나와 운치를 더해준다. 벽에는 그와 관련된 벽화가 가득하다. 눈으로만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 속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벽화인 터라 추억 사진을 남기기에 제격이다.
대구시 중구 대봉동 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