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난 : 마음 채움

모든 순간이 고마움으로 남기를

Text. 전승환(작가) Illust. 다나

우리의 삶 곳곳에는 아름다움과 낭만이 있다. 이러한 삶의 모든 순간에 고마움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자. 긴 하루 끝에서 고마움으로 미소 짓는 나를 마주할 수 있을 테다.

삶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아름다워 보이기도 하고 슬프게도 보인다. 스스로에게 나는 괜찮은 존재라며 고마움을 느낀다면 그 하루는 충분히 고마운 하루가 될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삶의 기억들이 조각남을 느낀다. 살아가면서 생긴 많은 기억으로 인해 모든 것을 다 담아내지 못하는 내 기억력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천진난만했던 그 시절의 기쁨보다 더한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무던함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로 인해 지금의 시간은 매우 빠르게 흐른다. 어린 시절처럼 모든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던 시간이 더는 없고, 새로울 것이 없는 요즘의 하루를 살아감이 그 이유가 아닐까 싶다.

한때는 ‘어떤 내일이 펼쳐질까’ 하고 설레던 시절이 있었는데 무탈한 하루를 보냈으면 하는 생각으로 잠자리에 드는 나를 보며 ‘예전의 나는 어디로 갔을까’ 하는 아쉬움 섞인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하루와 요즘의 나날들이 더 빠르게 지나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세월이 빠르게 흘러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일상의 순간들에서 고마움을 놓치고 살고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저 무던하게 흘러간다고만 생각했던 하루 속에서도 참 고마운 순간들이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오랜만에 부모님과 외출을 가게 된 날. 날이 좋아 나란히 걷다 어머님께 큰 뜻 없이 손을 잡아 드렸다. 그러자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나를 물끄러미 보시더니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시는 게 아닌가. 그러고는 말씀하셨다. “고마워, 아들. 오늘 하루가 덕분에 행복해졌어. 모든 게 다 예뻐 보이네.” 나는 눈웃음을 방긋 짓고 다시 걸음을 옮기긴 했지만 마음속에서는 따뜻함이 요동쳤다.

그날 밤 나는 시간의 아쉬움을 토로했던 생각을 반성했다. 스스로 삶의 모든 순간에 아름다움을 놓치고 살고 있지는 않았던가. 작은 것 하나에도 감동하고 새로운 것 하나에도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우리 곁에 있지 않은가 하고. 계절의 변화도 놓치고 살았던 날들, 길거리에 지나쳐 다녔던 수많은 꽃들, 문득 올려다본 밤하늘의 낭만, 노을 지는 거리. 왜 나는 순간의 고마움들을 잊은 채 야속한 세월을 탓하고 빨리 흘러가는 하루를 아쉬워했던가. 그 시간들을 모아 놓고 보면 우리의 삶이 아름답게 변하게 될 텐데 말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잠깐 고개를 들어 주위에 무엇이 있는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무엇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순간의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부모님이나 지인이 될 수도 있겠고, 창문 밖에 보이는 하늘이거나 자연의 한 모습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읽을 수 있고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지금의 몸 상태에 대해 고마움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삶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아름다워 보이기도 하고 슬프게도 보인다. 스스로에게 나는 괜찮은 존재라며 고마움을 느낀다면 그 하루는 충분히 고마운 하루가 될 것이다. 삶의 곳곳에 있는 아름다움과 낭만을 발견하자. 그리고 그 모든 순간들에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생각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하자. 결국 그 하루의 끝에는 고마움으로 흐뭇하게 웃음 지을 수 있는 따뜻한 잠자리가 되길 바란다. 인생길의 모든 순간이 고마움으로 따뜻하게 감싸지길 빈다.

전승환

작가. 에세이 <나에게 고맙다>, <행복해지는 연습을 해요>를 썼다. 또한,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당신이 내 이름을 불러준 순간> 등을 펴냈다. 현재는 책 읽어주는 남자 콘텐츠 그룹 편집장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