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마음 : 테마 에세이

소중함이 전하는 행복

Text. 정한경 작가

삶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소중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당연하게 곁에 머무르기에 지나치고 있는 소중함들. 일상의 고단함을 제쳐두고, 가끔은 떠올려보는 것이 어떨까요?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행복은 찾아올 테니까요.

언제부턴가 마음이 미지근해져가는 것을 느낍니다. 어릴 적 뜨겁게 요동치던 마음은 어디론가 도망쳐버리고, 밋밋한 마음만이 자리하는 것입니다. 그 원인을 캐다 보면 여러 이유들이 따라옵니다. 가까운 사람이 전하는 마음을 당연하다는 듯 지나쳐버리기도 합니다. 소중한 일상을 딱히 새로울 것 없다며 흘려보내기도 합니다. 내게 주어진 고마운 것들을 돌아보지 못하니 마음이 따뜻하게 데워질 겨를이 없습니다. 하지만 부족한 저에게도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때가 찾아오곤 하더라고요. 작은 것마저 소중하게 여기는 가까운 이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때입니다.

저의 아버지는 이제 칠순을 바라보고 계심에도 타지에서 일을 하십니다. 주말이면 3시간이 넘는 거리를 버스로 이동하셔서 집에 오시죠. 그래서 작년 생신 선물로 무선 이어폰을 하나 사드렸습니다. 스포츠를 좋아하시는 아버지께서 조금이나마 즐겁게 이동하셨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서요. 그런데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어폰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준 것을 왜 안 쓰냐고 묻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닳을까봐 못 쓰겠다.” 그러면서 아이처럼 웃으셨죠.

편히 사용하시라고 선물해드린 이어폰을 닳을까봐 잘 사용하지 못한다니. 어머니께 이 이야기를 전해드렸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네가 사준 거라, 그만큼 소중한가 보지.”

그러시곤 한마디를 덧붙이셨습니다.

“그래도 늘 품고 다니더라.”

아버지를 떠올리며, 무언가를 소중히 여긴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고단한 일상에도 늘 밝게 웃으시던 아버지의 표정이 떠오릅니다. 아버지는 이어폰이 아니라, 아들의 마음을 품고 다니신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마음이 뜨거워졌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부끄러워졌어요. 나의 미지근함은, 들여다보지 않았기 때문임을 깨달았거든요.

언젠가 아버지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세상은 소중히 여길 것들 투성이라고. 주어진 것들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마음이야말로 사람의 삶을 행복으로 물들인다고 말이죠.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어떤 존재가 떠오르시나요? 떠올리는 것만으로 뭉클함이 밀려드는 존재가 있나요? 우리는 곁에 함께하는 수많은 소중함들을 잊고 살아갑니다. 늘 같은 모습으로 곁을 지키고 있기에, 당연하게 지나치는 탓입니다. 너무도 소중해서 꼭 지키고 싶은 것들. 그것은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찾을 수 있고, 내 안을 들여다보아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말이죠.

우리에게 주어진 일상, 계절이 만들어내는 풍경들, 나와 주변인들의 편안과 웃음. 그렇게 함께 어우러져 사는 것.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마음은 행복을 만들어내고, 그 행복은 서로에게 전염됩니다. 향기처럼 퍼져나갑니다. 그렇게 우리는 소중함이라는 다리를 통해 행복을 주고받는 것이 아닐까요? 다가올 나날에는, 이름 모를 바이러스가 아니라, 이런 따스한 것들이 사람에서 사람으로 옮겨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정한경 작가

상냥하고 따뜻한 말들로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글을 쓴다. 에세이 <안녕, 소중한 사람>, <당신이라는 기적>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