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최선주 Photo. 정우철
누구에게나 행복할 권리는 있다. 이 행복을 위해, 저마다의 기준을 두고 삶을 살아간다. 김남희 작가에게 행복은, 곧 여행이었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뜨거운 열망 하나가 실천으로 이어졌고, 그녀에게 여행가로서의 삶을 선물했다. 가끔은 흔들리기도, 쓸쓸해지기도 하지만 여행길에서 만난 누군가의 호의에 무심코 기대기도, 누군가를 완전히 믿어버리기도 했던 시간은 그녀의 삶을 지탱해 주었다. 그녀는 말한다. 돌이켜보건대, 지금 자신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여행길에서 마주한 사소한 인연들의 온기가 쌓이고 쌓인 덕분이라고.
Q
A
지난 11월에는 방과후 산책단(책임 여행을 꿈꾸며 만든 여성 전용 여행단)과 교토 여행을 마쳤어요. 지금은 일간지 두 곳에 글을 연재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Q
A
퇴사를 하게 된 이유는 간단해요. 그 삶이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한 번뿐인 인생을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무언가는 늘 여행이었더라고요.
Q
A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들여다봄으로써, 앞으로 살아갈 인생의 방향 같은 걸 찾고 싶었어요. 한국에서는 삶의 모범답안이 정해져있는 것 같았거든요. 정말 그 길밖에 없는지, 다른 길로 가면 안 되는지, 이런 것들을 다른 사람들의 삶을 통해 찾아보고 싶었어요.
Q
A
지도는 저에게 아랍어로 쓰인 연애편지 같은 거죠. 들여다보면 설레는데 읽을 수 없어서 곤혹스러우니까요. 스마트폰이 생겨나기 전까지는 길에서 숱하게 헤매고 다녔지요. 하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는 여행을 할 수 있었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어요. 철저히 타인의 친절에 기대는 삶을 살았기 때문에 남들이 하지 못하는 좋은 경험을 많이 했다고 생각해요.
Q
A
배낭여행의 매력은 많죠.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배낭 하나에 넣어서 길을 떠날 수 있다는 것, 두 손이 자유롭다는 것, 자유롭게 일정을 변경할 수 있다는 점…. 하지만 전 무거운 배낭을 너무 오래 메고 다닌 덕분에 마흔 초반에 직업병이라고 해야 할까요? ‘퇴행성 디스크’에 걸렸어요. 그래서 지금은 가벼운 배낭을 메고 다니거나,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여행을 병행하고 있어요.
또 가고 싶을 만큼 좋은 여행지를 추천해달라고 하셨는데, 하나만 고르기가 너무 어려워요. 저는 여행하는 모든 나라와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고, 모든 나라를 다시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거든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늘 “지금 여행하고 있는 나라가 제일 좋다”라고 대답을 하곤 해요. 가장 최근에 멀리 다녀온 곳이 루마니아였으니 지금은 루마니아가 가장 가고 싶네요. 사실 내년에 산책단을 꾸려서 다시 갈 계획이기도 하고요.
Q
A
그건 제가 여행을 사랑하기 때문이에요. 다른 많은 것을 포기하더라도 여행만은 끝내 포기할 수 없을 정도로 제게 절실하기 때문이죠. 저는 사실 여행 말고는, 다른 하고 싶은 일도 별로 없거든요. ‘여행을 다니지 못하게 되면, 이런 것을 해야지’하는 바람 몇 가지는 있지만, 다리에 힘이 남아있는 한 계속 여행을 다니고 싶어요.
Q
A
코로나19 시기에 생계가 막막해져서 여러 가지 일을 시도했죠. 여성 손님만 받는 에어비앤비라든가, 여행 글쓰기를 가르치는 방과후 글쓰기 교실, 소규모 여성 전용 여행 프로그램인 방과후 산책단 등을 꾸려서 그야말로 ‘n잡러’가 되었어요. 에어비앤비에는 20~30대 여성들이 주로 오고, 방과후 산책단에는 40~60대 여성들이 주로 와요. 지난 2년간 해외여행은 거의 못 했지만,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을 여행한 셈이 되었죠. 힘겨웠지만 사실은 정말 감사할 일이 많았던 시기였어요.
Q
A
앉은 자리에서 여행하는 기분이었어요. 에어비앤비에 손님으로 온 20대 여성이 자신의 어머니를 제가 한 방과후 글쓰기 수업으로 보냈고, 그 어머님이 방과후 산책단에도 오셔서 두 번의 해외여행을 같이 하는 인연으로 이어지기도 했고요. 얼마 전에는 제가 아끼는 후배를 그 따님과 소개팅을 시켜드렸는데, 후배가 차여서 아쉬워하는 일도 있었어요.
Q
A
제가 책 추천은 잘 안 해요. 왜냐하면 사람마다 취향도 다르고, 독서 능력도 다르고, 경험치도 달라서 읽어낼 수 있는 책을 가늠하기 어렵거든요. 음... 그래도 최근에 읽은 책들 중에서 몇 권 골라본다면 <쇳밥일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생의 역사> 정도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추천 이유는 읽어보시면 알게 될 거예요.^^
Q
A
사실 제게 글쓰기는 즐겁다기보다는 고통스러운 작업이에요. 제가 그래도 책은 꾸준히 읽어와서 좋은 글을 보는 눈은 있거든요. 그런데 제 글은 늘 그 기준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에 쓸 때마다 벽에 머리를 박고 싶어지죠. 그래도 자기 응시, 타인과 공감하는 즐거움이 있어서 포기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계속 괴로워하면서 쓰는 거죠.^^
Q
A
내년 1월에 방과후 산책단과 함께 남미에 가고요. 그다음은 아직 모르겠어요. 저는 점점 미래를 계획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계획을 해도 늘 달라지거든요. 확실한 점이 하나 있다면 내년에는 집에 있는 날들이 적을 것 같다는 것? 혼자 가고픈 여행도 많고, 산책단과 같이 가고픈 여행들도 있어서요.
Q
A
세상이 흘러가는 속도나 방향과 상관없이 자기만의 속도로, 자신만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저 혼자 그렇게 살면 좀 외롭잖아요? ㅎㅎ 무엇보다 독자 여러분 모두 더는 누군가를 잃지 않고, 누구와도 이별하지 않고, 다정한 이들과 함께인 날들이길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