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우리 : 퇴근길 문화

MZ세대를 사로잡아라!
젊고 힙한 마케팅 트렌드

Text. 김주희

최근 소비 시장의 ‘슈퍼스타’는 단연 MZ세대다. 트렌드를 주도하며 새로운 소비 주역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 다양한 브랜드와 유통 업계에서는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차별화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참신하고 감각적이며 힙한 마케팅 트렌드를 살펴봤다.

노잼은 가라, 유잼 시대가 왔다! 펀슈머 마케팅

‘펀슈머’는 재미와 소비자의 합성어로 소비 활동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소비자를 일컫는다. 이들의 소비 기준은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다. 소비 결정 과정에서 상품에 재미 요소가 더해졌는지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다양한 기업에서는 펀슈머를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MZ세대는 SNS 사용에 능숙하고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며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을 즐기는 터. 또한 단순히 감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확산 및 재생산을 이끌며 제품 홍보에 엄청난 파급력을 자랑한다. 기업에서는 자연스럽게 제품의 홍보 효과를 누리기 위해 펀슈머 마케팅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중이다. 성공적인 펀슈머 마케팅 사례로 손꼽히는 것이 곰표 밀가루에서 출발한 곰표 맥주다. 개성과 재미, 소장 가치를 지닌 상품으로 MZ세대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브랜드 이미지 개선을 위해 재미있는 신조어를 활용하기도 한다. 온라인에서 ‘팔도비빔면’이 ‘괄도네넴띤’으로 읽힌다는 유머가 소비되자 제조회사는 괄도네넴띤 이름으로 한정판 제품을 내놓았고 완판을 달성했다. 브랜드나 제품에 스토리를 담은 ‘세계관 마케팅’도 같은 맥락이다. 일종의 캐릭터 스토리텔링으로 제품을 의인화해 캐릭터를 만들고 서사에 맞는 이야기를 부여하는 식이다. 탄탄하게 설계된 가상 세계를 무대로 이야기를 전달하며 소비자로 하여금 브랜드에 대한 몰입과 충성심을 높이고 나아가 구매를 유도하는 효과를 동시에 누리고 있다.

이왕이면 착하게 ‘사자’ 미닝 아웃

스스로 사회의 중요한 일원이라고 인식하는 MZ세대에게 소비란, 내가 어떤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는지 표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자신의 사회적 신념과 맞는 기업의 제품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트렌드를 ‘미닝 아웃’이라고 한다. 단순히 소비를 넘어 이를 자신의 SNS에 공유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동참할 것을 권유하기도 한다. MZ세대 소비자의 특성을 고려해 기업들은 올바르고 긍정적 이미지를 브랜드에 담고 구매를 유도하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중이다. 영업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등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마케팅에 결합하는 것이다. 한 신발 브랜드는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할 때마다 열악한 환경에 처한 사람에게 같은 신발을 하나 제공해 주목받기도 했다. 미닝 아웃은 소비자가 주체가 되는 새로운 트렌드로 이어지기도 한다. 착한 기업의 물건을 사주는 ‘돈쭐(돈+혼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소비자는 타의 귀감이 된 가게나 기업의 물건을 소비하며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코즈 마케팅(Cause Marketing)’ 또한 미닝 아웃과 같은 맥락이다. 기업이 환경, 보건, 빈곤 등과 같은 사회적 이슈를 활용하는 마케팅을 의미한다. 사회문제에 기업이 앞장서 소비자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통해 공익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한다. 생수 브랜드에서 라벨이 없는 물병을 출시하는가 하면, 과대 포장과 플라스틱을 줄이는 배송 캠페인 등을 전개하며 소비자도 환경 보호에 동참할 수 있게 한다.

삶의 0순위는 바로 나! 미코노미 마케팅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할 것! MZ세대 사이에서 ‘나’를 사랑하는 자세가 하나의 삶의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소비 행태 역시 자신이 중심이 된다. 마음에 드는 상품이라면 높은 비용을 감수하고 구매를 망설이지 않는 소비 심리 ‘나심비’에 따라 소비하는 것이다. 과거 기성세대는 브랜드와 품질, 가격과 상품을 선택하는 것을 주요 잣대로 삼았다면, MZ세대는 얼마나 자신이 만족하는지, 상품이 추구하는 가치가 자신의 가치관과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스스로를 위해 투자하는 것, 한 끼를 먹더라도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것, 나에게 주어진 선택지 중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려는 심리가 확장된 것이다. ‘셀프 기프팅’ 소비가 여기에 해당한다. 자신을 위한 선물로 피규어, 게임기 등을 구매하는 키덜트족부터 럭셔리 브랜드, 명품을 서슴없이 구매하거나 호캉스, 골프 등 여가 생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들이 늘고 있다. ‘미코노미족’을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SELF-LOVE와 Celebrity의 줄임말로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 ‘셀럽’ 캠페인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셀럽도 다 무신사랑 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통해 소비자를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SPA 브랜드 스파오는 국내 MZ세대의 사이즈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현실적인 몸매를 마네킹에 반영했다. 일방적인 미적 기준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는 의미를 전달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우아하거나 고급지거나 아트 마케팅

편의점에서 고전적인 명화가 새겨진 우유를 본 적이 있는지. 마트에서는 미술계 거장의 그림을 포장지로 활용한 라면, 유명 일러스트를 보틀 전면에 내세운 음료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식품뿐만이 아니다. 화장품,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을 입은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소비 활동과 문화적 만족감을 동시에 충족하고자 하는 ‘아트슈머’를 사로잡기 위한 제품들이다. 단순한 소유적 소비를 넘어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 사이에서 예술을,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표출하는 수단 중 하나로 여기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유통 업계는 아트슈머를 겨냥한 아트 마케팅을 전략적으로 펼치는 중이다. 제품에 예술 작품을 결합시키는 차별화를 통해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가 하면 유명 예술가와 컬래버레이션한 상품을 내놓는다. 코카콜라의 경우 시즌별로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을 진행하는데, 개성 넘치는 보틀은 희소성과 예술성 덕분에 소장 가치가 매우 높게 인식되고 있다. 브랜드에 전시와 콘서트, 축제 등 문화 프로젝트와 예술 콘텐츠를 결합한 마케팅도 눈에 띈다. 화장품 브랜드가 정기적으로 예술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을 비롯해 건설사에서 주차장을 갤러리로 선보이며 브랜드 호감도를 높이고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는 중이다. 가전 업계에서도 아트 마케팅을 잇따라 선보였다. 전 세계 유명 미술관의 작품을 스크린에 띄울 수 있는 TV와 냉장고 등은 일상 속에서 예술을 가까이하는 경험을 제공하며 아트슈머에게 각광받고 있다.

핫플 성지 접수 완료! 팝업 스토어 마케팅

언택트 시대, 비대면·온라인 소비가 더욱 확대되었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즉 ‘공간’이 불러일으키는 감성까지는 대체하지 못한다. 흥미로운 경험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MZ세대는 새로운 공간을 직접 찾아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이들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기업들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내세운 팝업 스토어와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며 이색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팝업 스토어는 특정 제품을 일시적으로 판매하고 사라지는 임시 매장을 말하는데, 단기간에 높은 매출을 기록하기 위해 활용한 영업 수단이다. 하지만 근래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팝업 스토어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유통 채널에서 나아가 경험과 체험의 공간 개념을 대입하는 것. MZ세대는 특별한 공간 안에서 브랜드에 몰입하고, SNS에 즉각적인 반응을 쏟아낸다. 빠르게 공유된 공간들은 단숨에 ‘핫플’과 ‘성지’로 떠오르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오뚜기의 경우 팝업 스토어를 오픈하고 고유한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며 2030 세대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시그니처 컬러인 노란색을 활용한 인테리어와 이색적인 굿즈 판매로 긍정적인 반응과 높은 호응을 끌어냈다. GS25는 매일 최선을 다해 사는 삶을 뜻하는 ‘갓생’을 활용한 팝업 스토어 ‘갓생기획실’을 선보였다. 편의점 제품도 정성이 들어간 상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편의점 상품들은 자칫 급할 때 찾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편견을 유쾌하게 뒤집은 사례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