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박영화 Photo. 한상무
박찬일 요리사의 이력은 화려하다. 아니, 치열하다. 대학에서 문예창작과를 전공한 뒤 잡지 기자로 활동하던 30대 초반, 돌연 요리에 흥미를 느껴 유학을 결심한다. 이후 그는 이탈리아에서 요리와 와인을 공부한 뒤 시칠리아에서 요리사로 일하다 한국으로 돌아와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명성을 쌓는다. 그러다 전국의 노포를 찾아 취재했고, 짜장면 추적단을 결성해 맛있는 짜장면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각종 언론 매체에 칼럼을 쓰고, 여러 권의 책을 출간했으며, 요리 강의와 TV 방송 출연까지 바쁜 나날을 보내는 박찬일 요리사. 어떻게 그는 많은 사람이 찾는 식당의 주방장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걸까. 그의 무궁무진한 주방 안팎 스토리가 흥미롭기만 하다.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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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찬일입니다. 많은 분과 주로 칼럼이나 책으로 만나 뵙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식당은 모실 수 있는 자리가 오프라인이라 한계가 있으니 그렇습니다. 최근에는 짜장면에 관한 책 <곱빼기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을 출간해 독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Q
A
제 최애 음식이 바로 ‘짜장면’입니다. 점심을 먹었어도 짜장면이라면 또 먹을 수 있습니다. 책에 ‘짜장면이라는 기름지고 걸쭉한 검은 늪에 빠져 평생을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표현할 만큼 좋아합니다. 결국 그 로망을 책으로 내게 되었습니다. 짜장면에 대한 모든 것이랄까, 저의 삶과 함께한 매력적이고 놀라운 ‘면’ 이야기에요.
Q
A
요리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것도 제게는 생계입니다. 요리만 해서 먹고 살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먹고사니즘’이죠. 살아야 하니까요. 요리하는 틈틈이 글을 씀으로써 제 요리에 대한 생각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Q
A
코로나19가 오랫동안 계속되다 보니 식당은 ‘폭격’이라는 군사용어로 표현될 정도로 엉망입니다. 특히 술을 주로 파는 가게는 더 심각하지요. 주변 식당들이 많이 부도가 났어요. 저는 요리사로서 현장에서 그 고통을 지켜보고 겪고 있죠. 전대미문의 사태는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주변의 여러 사람들이 힘들어 해서 위로하는 것도 제 일 중의 하나가 되어버렸네요. 물론 위로와 함께 술을 곁들이는 경우가 많죠.
Q
A
저도 먹고 사는 게 힘들어서 지칠 때가 있습니다. 왜 안 지치겠어요. 그냥 버티는 거죠. 그렇게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저에게 있어 발돋움의 원동력이 뭘까 생각해봤는데요. 저는 ‘공상’을 많이 합니다. 흥미로운 생각들을 실천하고 행동으로 옮기려고 노력하지요. 요리든 글이든 간에요.
Q
A
아니요.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이탈리아 요리입니다. 한국에서는 제가 처음 시도하긴 했지만요. 한국의 이탈리아 식당은 대개 전형적인 요리만 하는 경우가 많아요. 한국인이 좋아하는 한정된 것들이지요. 외국인이 삼겹살, 갈비, 된장, 김치만 한국 요리로 아는 것처럼요. 사실 이탈리아에는 매우 다양한 요리가 있어요. 생선으로 얇게 포를 떠서 회로 만든 것을 ‘카르파치오’라고 하는데요. 광어 카르파치오가 그런 요리입니다. ‘바칼라’는 대구를 의미합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엄청 많이 먹어요. 어쩌다 보니, 한국에선 낯선 이탈리아 요리를 주로 만들게 되었어요. 제 성격이 원래 좀 평범한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듯합니다. 힘들더라도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자, 그런 삶을 살아온 셈인데 요리도 비슷하네요.
Q
A
‘장사’라는 것이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거든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할 수도 있고, 남다른 아이디어가 요구되기도 하겠죠. 그런데 노포에는 한 번 고용한 직원과 끝까지 가는 우직함, 웬만해선 거래처를 바꾸지 않고 값도 깎지 않는다는 소신, 재료 손질부터 내장을 바락바락 씻어내는 방식 등의 경영법들이 녹아들어 있어요. 저도 현재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입장으로, 노포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곤 했는데요. 독자 여러분도 저처럼 노포들의 철학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Q
A
제철요리, 요리에 진심을 담는 것, 이런 부분에 관심이 많아요. 그동안 그런 생각으로 살아왔고, 그런 점이 사람들에게 어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철요리는 가장 맛있고, 지구에 부담을 덜 주며, 값도 싼 편입니다. 제철요리는 거창한 의미가 아니고 이미 우리가 오랫동안 해오던 방식이지요. 어머니들이요. 대중식당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근래 10여 년 동안 제철 감각이 약해졌어요. 그런 점에서 요리사들이 반성하고, 소비자들도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봅니다.
Q
A
원하는 걸 드세요. 드시는 걸 폄하하지 마세요. 요리는 다 존재 가치가 있어요. 그걸 사랑하세요. 물론 가족이 만드는 요리, 대중식당의 성실한 한 그릇, 그런 요리가 최고지요.
Q
A
코로나19에서 벗어나서 생계가 나아지길 바랍니다. 진심으로 요리를 사랑하는 분들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해요. <따뜻:한난> 독자 여러분 모두 꾸준하게 잘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